무궁화대훈장 한 세트. 사진=뉴시스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보나파르트가 1802년 제정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은 전쟁 중 무공을 세웠거나 프랑스를 위해 헌신한 이에게 수여하는 최고 훈장이다. 영국의 빅토리아 십자훈장과 미국의 명예대훈장도 대표적 훈장이다.
1856년 크림전쟁을 계기로 제정된 빅토리아 십자훈장은 영국의 훈장체계에서 최상위 훈장이다. 1861년 제정된 용맹훈장을 통합·계승한 미국의 명예대훈장은 대통령 자유대훈장, 의회 황금훈장과 더불어 미군 최고의 훈장으로 명성이 높다.
미국 명예대훈장 수훈자는 평생 연금과 교통수단, 군 복지시설 무료이용 혜택을 누린다. 직계 자손 한 명을 사관학교에 특례입학시킬 수 있는 권한도 주어진다. 대통령 취임식을 비롯한 주요 국가행사에 초청받으며, 계급의 높고 낮음에 관계없이 상석에 자리를 배치받는다.
오는 5월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에게 무궁화대훈장이 수여될 것으로 보인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두 세트를 만드는 데 금 190돈과 보석 등 모두 1억3600만원의 제작비가 들었다. 무궁화대훈장은 대한민국 훈장 12종 중 최고 훈장이다. 대통령과 배우자, 우방국 원수와 배우자 등에게 수여한다.
대통령과 고위공직자에게 훈장을 수여하는 '당연직 상훈'이 논란이 된 지 오래다. 고위직을 지냈다는 이유만으로 공적에 대한 검증도 없이 수여하는 게 문제다. 국회의장·대법원장·헌법재판소장에겐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걸어줬다. 또 입법·사법·행정부의 장차관급 고위 공직자에게는 1~2등급 훈장을 수여해왔다.
훈장은 국민이 주는 것이다.
일반 국민에게 포상할 때 엄격한 잣대로 공적을 들여다보고 심사를 하듯 고위직에 주는 훈장 역시 공정한 평가와 동의 과정이 필요하다. 특히 대통령이 무궁화대훈장을 '셀프 수여'하는 것도 모자라 탄핵이나 형사소추를 당해도 박탈당하지 않는 관례는 이해하기 어렵다. 훈장의 진정한 가치는 국가와 국민이 수훈자에게 보여주는 존경과 예우에 있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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