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당선인 회동서 건의할 듯
김영삼·김대중 협치가 모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2월 동부구치소 수감 도중 기저질환 치료를 위해 50여일 간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퇴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6일 오찬을 함께 한다. 새 정부의 안착과 현 정부의 원만한 퇴장을 위한 협의의 장이다. 이 자리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 사면 문제도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김은혜 당선인 대변인은 15일 "이번 만남으로 국민통합과 화합의 계기가 마련되길 기대한다"며 윤 당선인이 문 대통령에게 사면을 건의한다는 방침을 공식화했다. 문 대통령도 최근 국민통합을 강조하고 있는 터라 신구 정권이 의기투합해 정치적 갈등을 해소할 디딤돌을 놓기를 기대한다.
이 전 대통령 사면은 현 정권 입장에선 고난도 이슈다. 우선 핵심 지지층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횡령과 뇌물 혐의로 징역 17년형을 받은 그를 풀어주는 게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였던 적폐청산의 정당성을 스스로 부인하는 측면도 있다. 검찰 수사를 받던 이 전 대통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했다. 이에 당시 문 대통령은 "분노의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며 직접 반박하기도 했다.
잘잘못을 떠나 전직 대통령 한 명이 영어의 신세라는 사실 자체는 국가 이미지의 손상이다. 이런 불행한 정치사의 그늘을 걷어내는 게 물러나는 정부의 부담을 더는 일일 수도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 연말 국정농단 사건으로 4년9개월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특별사면했다. 국민화합을 강조하면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을 사면 사유로 고려했다면서다. 총 수감기간이 2년3개월이지만 박 전 대통령보다 더 고령인 이 전 대통령에게 같은 잣대를 적용하지 말아야 할 이유도 없다.
윤 당선인은 대선 당시 "전직 대통령이 장기간 수감되는 모습이 국제적으로나 국민 미래를 위해서나 바람직한지 의문"이라며 취임 후 사면을 단행하겠다는 의사를 누차 내비쳤다. 하지만 결자해지 차원에서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리는 게 더 바람직할 것이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이 좋은 선례다. 김영삼 정부에서 '역사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구속됐지만, 김대중 당선인의 건의를 받아들이는 형식으로 김영삼 대통령이 임기 말 사면권을 행사했다.
지금은 새 정부 출범에 앞서 역사의 한 페이지를 정리할 때다.
대한민국호가 공급망 위기와 북핵 문제 등 나라 밖에서 엄습하는 소용돌이를 헤치고 순항하기 위한 대전제는 분명하다. 국내적으로 얽히고설킨 과거사의 매듭부터 속히 풀어야 한다는 사실이다. 전직 대통령 사면이 국민적 에너지를 한데 모아 당면한 국가적 난제를 풀 첫 단추가 되길 바란다.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