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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차선책으로 나온 '용산 대통령'

尹 "취임식 마치고 입주"
시기 미루지 않고 결단

[fn사설] 차선책으로 나온 '용산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0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융연수원 별관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회견장에서 청와대 대통령 집무실의 용산 국방부 청사 이전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서울 용산 국방부 청사를 새 대통령 집무실로 정했다. 윤 당선인은 20일 기자회견에서 "5월 10일 취임식 마치고 바로 입주해서 근무를 시작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새 집무실 명칭은 국민 공모로 정하겠다"며 "청와대는 절대 들어가지 않겠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윤 당선인은 원래 광화문 대통령을 공약했다. 하지만 당선인 신분으로 보고를 받아보니 "광화문 이전은 시민들에게 재앙 수준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경호, 보안, 시민불편 등 여러 측면에서 광화문보다는 용산이 낫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광화문 정부청사로 이전할 경우 청와대 완전개방이 어렵다는 점도 고려했다고 말했다. 사실 청와대 이전공약은 '구중궁궐' 청와대를 나오는 게 핵심이다. 여러 면에서 용산이 낫다면 굳이 광화문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이로써 청와대는 영욕의 역사를 뒤로한 채 머잖아 시민들에게 전면 개방된다. 청와대 자리는 조선시대 초기 경복궁의 후원이었다. 이곳에 일제가 총독관저를 지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1948년 이곳을 경무대로 사용했고, 윤보선 대통령은 1960년 청와대로 이름을 바꿨다. 해방 이후 청와대는 70년 넘게 권부의 상징으로 군림했다.

윤석열 당선인이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서둔다는 지적이 있다. 하지만 그는 "(청와대) 들어가서 근무하면 바쁜 일 때문에 진행이 안 된다"고 말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 파기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2017년 취임사에서 "준비를 마치는 대로 지금의 청와대에서 나와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열겠다"고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윤 당선인은 "국가의 미래를 위해 내린 결단"이라며 "국민과의 약속을 실천하고자 하는 제 의지를 헤아려 달라"고 말했다.

'용산 대통령 시대' 개막을 앞두고 몇 가지 풀어야 할 과제가 있다. 청와대를 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소통 강화다. 그런데 소통은 경호·보안과 반비례한다. 청와대를 나왔지만 소통에 별 차이가 없다는 평가가 나오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당장 국방부 주변 재개발지역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반발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이들을 설득하는 것은 윤 당선인과 인수위의 몫이다.

대통령실이 국방부 청사로 들어가면 연쇄이동이 불가피하다. 국방부는 옆 합참 건물로, 합참은 또 남태령 수도방위사령부 등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 인원만 수천명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안보공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북한은 언제든 정권교체기 빈틈을 노릴 수 있다. 단 1초도 안보공백이 빚어져선 안 된다.

이전비용을 두고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 최고 1조원까지 당선인 측과 민주당 간 편차가 크다.
윤 당선인은 '현 정부와 상의가 됐는가'라는 질문에 "예비비 문제는 협조 요청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청와대 이전은 큰 틀에서 보수·진보정부 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신구 정부가 긴밀히 협조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