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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시선] 靑 용산시대…'국민과 소통' 기대

[강남시선] 靑 용산시대…'국민과 소통' 기대
청와대.

890년 전 고려시대 국왕이 정사를 보던 남경의 이궁(離宮) 터였던 청와대는 조선시대에 과거시험장으로, 일제 치하에서는 조선총독부의 총독 관사로 사용됐다. 이후 해방이 되면서 미군정 사령부가 이용하다 경무대, 청와대로 이름을 바꿔 달며 역대 대통령의 집무실 겸 관저로 쓰이다가 김영삼 전 대통령의 '역사 바로 세우기' 지시로 옛 청와대 건물은 철거되고, 현재의 본관은 1991년 신축돼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근세기 우리나라 최고 권력자들과 영욕의 세월을 함께해온 이곳이 '용산 시대'를 맞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광화문 대통령 시대'를 공약으로 내걸면서 후보지로 '광화문 외교부 청사'와 '용산 국방부'를 놓고 검토를 거듭한 끝에 국방부로 최종 확정했다. 윤 당선인은 '광화문 시대' 공약을 지키지 못한 이유에 대해 "최소한의 경호조치에 수반되는 광화문 인근 시민들의 불편이 매우 심각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반면 "용산 국방부와 합참 구역은 국가안보 지휘시설 등이 구비돼 있어 청와대를 시민들께 돌려드릴 수 있고 경호조치에 따른 시민들의 불편도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이전을 놓고 일부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지만 윤 당선인이 청와대를 이전하려던 당초 취지가 '국민과의 소통'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대감도 큰 게 사실이다. 윤 당선인은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에 대해 "일단 청와대로 들어가면 제왕적 권력의 상징인 청와대를 벗어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진다"는 이유를 들었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도 '광화문 시대'를 공약했지만 청와대에서 업무를 시작하면서 결국 지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 당선인은 국민과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1층에 프레스센터를 설치하고 미군부대 이전으로 남는 부지를 공원화해 국민과 소통을 강화할 계획이다. 윤 당선인은 "미군기지 반환시기가 6월쯤으로 예정돼 있다"며 "반환이 되면 즉시 시민공원으로 개방,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사 범위를 최소화하고 백악관처럼 낮은 펜스를 설치해 시민들이 들어올 수 있게 하겠다"고 설명했다. 공원화하는 데까지 시간이 걸리겠지만 일반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이 생기고, 대통령 출퇴근 시 기자들이 주요 현안에 대해 질문하고 답하는 백악관 모델도 기대해 본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윤 당선인이 청와대 이전에 대해 국민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것이 과제다.


윤 당선인이 오는 5월 10일 취임식을 마치고 바로 입주해 업무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안보, 예산 등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겠지만 무엇보다 국민에게 청와대 이전의 필요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공감을 얻어야 한다. 아울러 청와대 이전 문제가 새 정부의 모든 정책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최근 한 경제단체가 발표한 국민이 새 정부에 원하는 최우선 과제가 '코로나19 극복'이었다는 것은 다시 한번 곱씹어 볼 대목이다.

hjkim@fnnews.com 김홍재 산업부장·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