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ASML "2024년까지 노광장비 부족"… 반도체 대란 장기화

베닝크 CEO "생산 확대 시간걸려"
장비 핵심소재 렌즈 獨칼차이스 의존
렌즈 추가 확보에도 최소 1년 소요
인텔·삼성·TSMC 대대적 투자에도
세계 반도체 생산확대 차질 불가피

ASML "2024년까지 노광장비 부족"… 반도체 대란 장기화
세계 최대 반도체 노광장비 업체 ASML의 네덜란드 벨트호벤 본사 전경 로이터뉴스1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노광 장비' 공급 부족이 2년간 계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다. 노광 장비는 반도체 제조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인 설계 회로패턴을 웨이퍼에 전사하는 리소그라피(Lithography) 공정에 사용된다. 노광 장비 생산량 부족으로 반도체 공급망 차질이 향후 2년간 더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함께 나왔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세계 최대 노광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은 오는 2024년까지 생산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할 것으로 우려했다. ASML 최고경영자(CEO) 페터 베닝크는 "내년과 내후년에도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것"이라면서 "올해와 내년에 생산을 확대하고, 출하를 늘릴 계획이지만 수요곡선을 보면 이 정도로는 충분히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베닝크는 "(수요를 맞추려면) 생산능력을 50% 넘게 확대해야 한다"면서 "그러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말했다.

래디오프리모바일의 기술 담당 애널리스트 리처드 윈저는 ASML이 반도체 공급망에서 가장 핵심적인 단일 사업체라면서 ASML의 리소그래피 장비는 '실리콘 반도체 인쇄기'라고 강조했다.

ASML은 700종의 제품을 생산하고 있고, 이 가운데 200개 장비가 핵심 장비이다.

베닝크의 비관적 발언은 전세계 반도체 업체들이 반도체 수급 차질을 해소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에 나선 가운데 나왔다.

인텔은 지난주 유럽내 제조·연구에 약 330억유로를 투자하고, 이후 수요 상황에 따라 2030년까지는 투자 규모를 800억유로로 확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미국내 생산시설 확대에도 4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업계 1위 업체인 대만 TSMC는 앞으로 3년간 1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고,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1500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힌 상태다.

미국과 유럽 역시 아시아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정부 차원의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현대 산업의 '쌀'이라는 평가를 받는 반도체는 2030년까지 시장규모가 지금의 2배 수준인 1조달러 규모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맞춰 반도체 업체들이 대대적인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지만 핵심 장비인 노광장비 공급이 달리면 생산확대는 차질이 불가피하다.

인텔 최고경영자(CEO) 팻 젤싱어는 장비 부족이 설비 확대 계획에 직접 차질을 줄 것이라는 점을 잘 알고 있다면서 공급 부족 문제와 관련해 베닝크 ASML CEO와 직접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자사 직원들을 ASML에 파견해 생산 확대에 도움을 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젤싱어는 FT와 인터뷰에서 반도체 설비 확대를 발표했지만 공장을 짓는데 2년 정도 걸린다면서 장비 생산 확대 문제 해결에 아직 시간 여유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ASML 역시 가장 복잡한 부품이자 핵심 소재인 렌즈를 독일 광학업체 칼차이스에 의존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쉽지는 않다.

베닝크는 렌즈 추가 확보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칼차이스가 먼저 청정실을 건설해야 하고, 이를 위해 허가를 받아야 하며, 공장을 만들고, 필요한 장비를 구입해 인력을 채용한 뒤에야 생산에 들어갈 수 있다면서 렌즈 추가 생산에 최소 1년 이상은 걸린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