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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기관 통신조회 남발… '사법 통제' 목소리 확산

작년 상반기만 255만건
당사자에 알릴 의무 없어
법원 허가 제도 마련 필요

수사기관 통신조회 남발… '사법 통제' 목소리 확산
수사기관이 시민들의 주민등록번호 등 통신자료를 매년 수백만건씩 조회한 가운데 이에 대한 사법적인 통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마찬가지로 통신자료 또한 법원의 허가를 받고 당사자에게 자료 제공 사실을 통지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헌재 소수의견 "수사기관 일방 행위"

22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검찰, 경찰, 국정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수사기관에 제공되는 통신자료 수(전화번호 기준)는 반기마다 250만건이 넘는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255만9439건이 조회됐다.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따라 수사기관은 수사 목적으로 통신자료를 통신사업자에 요청해 받을 수 있다. 통신자료에는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기통신 가입·해지일 △전화번호 △아이디(ID) 등이 해당된다. 다만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을 당사자에 알릴 의무는 없다.

지난해 말 공수처가 국민의힘 88명의 국회의원과 일선 기자의 통신자료를 조회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일었다. 그 행위 자체로 불법은 아니지만 지금과 같은 통신자료 조회 방식에 대한 문제의식은 이전부터 이어져왔다.

참여연대 등은 '수사기관의 통신자료 수집 방식에 인권침해 여지가 있다'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20년 가까이 반대 목소리를 냈다. 지난 2012년 헌법재판소는 통신자료 조회 근거인 전기통신사업법 83조 3항에 대해 "통신자료 취득 행위는 수사기관의 우월적·일방적·권력적 행위"라며 "위헌임을 의심하기에 충분해 심층적인 심리가 필요하다"는 소수의견을 내기도 했다.

반면 수사기관이 특정인의 발신·착신번호와 일시 등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조회하려면 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또 통신사실확인자료 제공 사실은 당사자에게 통지돼야 한다. 과기부에 따르면 수사기관에 제공되는 통신사실확인자료 수(전화번호)는 반기당 20만여건으로, 지난해 상반기에는 24만983건이 제공됐다.

■"주민번호 조회에 남발 없어야"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등 11명은 지난 18일 전기통신사업법 일부 개정안을 발의했다. 수사기관이 통신자료를 요청할 때도 통신사실확인자료처럼 법원 허가를 받게 하는 것 등이 골자다.

이 의원 등은 "통신자료는 전기통신 서비스 가입자를 식별할 수 있는 기초자료"라며 "통신 내용과 결합되면 사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통신사실확인자료와 다를 바 없어 수사기관에 의한 통신자료 요청 남발 가능성을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홍석 변호사(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운영위원)는 "이제까지는 임의수사라는 미명 아래 수사기관의 광범위한 정보 획득이 허용돼왔다"며 "통신자료 획득과 관련해서는 법원 통제를 받게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양 변호사는 주민등록번호를 매개로 한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그는 "한국은 주민등록번호를 매개로 거의 모든 공공·민간 데이터베이스가 체계화돼있다"며 "특정인의 주민등록번호만 알면 마치 만능열쇠처럼 정보들에 접근할 수 있게 되는 만큼 이를 가볍게 여기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통신자료 조회에 법원 허가 절차가 더해지면 수사 속도가 느려지는 등 문제가 생긴다는 반론이 있지만 이는 '긴급 통신자료 제공 요청 제도'를 마련하면 해결될 문제"라고 주장했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