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관계자 "팍스로비드 계약 당시 유행 정점 하루 3만명으로 예측"
팍스로비드 계약 물량 중 21.4%만 국내 들어와
오미크론 확산세로 다음달 3일 전후로 동날 가능성 있어
지난달 21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약국에서 약사가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들어 보이고 있다. 2022.02.21.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하고 처방 기관이 확대되면서 경구용(먹는) 치료제 '팍스로비드' 처방량이 매주 두배씩 증가하면서 물량 부족이 우려된다. 일선 의료현장에서는 약이 없어서 처방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벌어지고 있다.
22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팍스로비드 계약 물량은 76만2000만명분으로, 현재까지 16만3000명분(21.4%)이 들어왔다. 그중 20일까지 8만7000명분이 사용돼 7만6000명분이 재고로 남아있다.
남아있는 물량도 조만간 소진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팍스로비드 일평균 사용량은 3월1주 1286명에 그쳤으나 3월2주 2405명, 3월3주 5642명으로 불어났기 때문이다. 특히 유행정점에 진입한 3월3주 팍스로비드 주간 사용량은 3만9494명분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전체 처방량의 절반에 해당한다. 다음달 3일 전후로 재고가 동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치료제 또한 더디게 들어오고 있다. 치료제 총 계약 물량은 76만2000명분이지만 2만1000명분(1월 13일), 1만1000명분(2월 1일), 4만1000명분(2월 27일), 4만5000명분(3월 4일), 4만5000명분(3월 8일) 식으로 찔끔찔끔 들어오고 있다.
정부는 팍스로비드 품귀난의 원인으로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급속한 확산세를 들었다.
정부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지난해 말 계약 당시 유행 정점을 하루 3만명 정도로 봤다"며 "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은 예측하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김정기 고려대 약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적어도 인구의 10분의 1인 500만명분 치료제는 확보돼야 코로나를 계절 독감처럼 다룰 수 있다"면서 "정부가 지난해 계약 당시 코로나 확진자 폭증 사태를 예측 못 한 것 아닌가"라고 했다. 미국(1000만명분), 영국(275만명분), 일본(200만명분) 등은 우리보다 인구 대비로 더 많은 팍스로비드를 선구매한 바 있다.
정부는 팍스로비드를 추가 도입하는 한편 대체제로 머크(MSD)의 라게브리오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임상결과 입원·사망 예방효과가 30%에 그쳐 의료현장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처방할지는 미지수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은 22일 먹는 치료제와 관련해 "팍스로비드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전례는 없었지만, 제약사에 요청해서 특허에 대한 로열티를 내고 국내에서 복제약을 만들 수 있을지 가능성을 타진할 필요가 있다"며 "치료제가 부족해서 돌아가시는 분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감기약과 해열제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22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한 약국에 어린이 감기약 품절 안내문이 붙어 있다. 2022.03.22. 사진=뉴시스화상
한편 지난 1월 14일 국내에서 처음 쓰인 팍스로비드는 투약 대상이 점차 확대돼 현재 60세 이상, 면역저하자, 40세 이상 기저질환자에게 쓰이고 있으나 병용금기 의약품이 많고 신장·간 기능이 저하된 환자의 경우 투약에 주의해야 하는 등 처방이 다소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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