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일상의 놀이도구, 화투를 예술로 승화한 '에브리바디 해피, 팝아티스트 조영남전'(사진)이 오는 27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부산 남구 용당동 동명대에서 열린다.
반세기를 가수로 살아온 조영남의 그림 그리기 역사는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오래다. 고등학교 때부터 미술부장을 맡았다는 걸 보면 노래 뿐 아니라 그림에도 소질을 타고났음이 분명하다. 한양대가 개최한 음악콩쿠르에서 1등을 하고 전액장학생으로 대학에 들어갔기에 상대적으로 그의 그림 재능이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그는 노래 부를 때가 아니면 대부분의 시간을 그림 그리기로 소일한다. 그림 그리는 시간이 가장 재밌다고 한다.
조영남의 그림 소재는 화투에만 머물지 않는다. 우리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소재가 그를 만나면 아트가 된다. 화투가 조영남을 만나 예술이 됐듯이 태극기도 그를 만나면 예술이 된다. 전쟁도 겪었고 분단도 경험한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그렇듯 그에게도 태극기의 가치가 남다를 것이다. 그의 작품 소재로 고향도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시간이 흘러도 지워지지 않는 고향의 풍경들은 저마다의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오브제가 되고 우리는 순수한 시절로 돌아간다.
이번 동명대 전시가 특별한 것은 그동안의 전시에서 접하지 못했던 작품들을 포함해 총 70여점이 전시된다는 점이다. 작가가 고이 간직했던 애장품들을 내놓은 것이다. 만날 기회가 없었던 조영남의 수십 년 전 작품들을 봄바람 부는 동명대에서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이번 전시는 동명대 전호환 두잉 총장과 조영남의 깊은 유대로 이뤄졌다. 지난 5년간 그림 대작 사건으로 법정 다툼 끝에 무죄 판결을 받고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재개한 후 부산에서의 첫 개인전이라는 점도 큰 의미를 갖는다.
전시 오픈 행사는 오는 27일 오후 3시 동명대학교 캠퍼스 '동명갤러리'에서 열린다. 이날 오후 4시에는 옆 건물인 경영관 106호 전문 공연홀에서 전시기념으로 오픈 공연을 한다. 조영남이 직접 피아노를 치면서 히트곡을 부르고 그림 이야기도 중간중간에 재미있게 들려준다. 축하사절단은 이화숙 명지대교수, 임영인소프라노, 임철호테너와 동명대 두잉대학의 객원교수인 소프라노 그레이스 조와 골든벨의 김임경 가수가 무대에 선다.
전호환 전 부산대 총장은 지난해 4월 28일 동명대 총장으로 부임한 이후 무학년, 무학점, 무티칭의 3무 혁신 체험교육 철학을 담은 두잉(Do-ing)대학을 만들어 올해 1학년 신입생을 모집했다.
그림(서양화, 동양화), 외국노래부르기, 고전독서, 등산 등 70여 개의 과목 중 학생들이 스스로 30∼40개 과목을 선택해 체험(Do-ing)하면 졸업이 된다.
전 총장은 대학을 문화의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동명갤러리에서 지난해 11월 마루야마 일본 총영사와 '동행: 같이 걷는 韓日, 서예에 길을 묻다' 주제 2인 서예전을, 12월 염색공예작가 김규리 초대전을 개최한 바 있다. 동명대 교수로 구성된 동명 앙상블 T.U.와 ㈜나누기월드가 함께 작년 2차례 공연을 가졌을 때, 직접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roh12340@fnnews.com 노주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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