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연구원-일본국립천문대, GPU분광기 개발
내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우주관측에 사용키로
아타카마 대형 전파망원경. 천문연구원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일 공동연구진이 만든 전파망원경용 분광기를 개발했다. 이 분광기를 세계 최대 전파간섭계 망원경 'ALMA'에 장착해 1500광년 떨어진 오리온성운 심장부의 별 탄생 지역에서 나오는 강력한 전파원을 포착했다.
한국천문연구원 김종수 박사팀은 23일 "올해 추가 시험 관측을 수행해 GPU 분광기의 성능을 면밀히 검증할 예정이며, 분광기는 2023년 10월부터 본격적인 과학 관측에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천문연구원은 일본국립천문대(NAOJ)와 공동으로 개발한 분광기를 지난 2월 해발 5000m 고지에 위치한 칠레 아타카마 'ALMA' 관측소에 설치한 뒤, 오리온성운의 심장부에 위치한 'KL'지역을 관측했다. 연구진은 KL 지역에서 방출되는 전파를 ALMA 망원경을 이용해 수신하고, 분광기를 통해 일산화규소(SiO) 분자가 내는 86GHz 메이저 스펙트럼을 얻는 데 성공했다.
무거운 별이 탄생하는 지역에서 형성된 일산화규소는 강한 전파인 메이저선을 방출한다. 이를 관측하면 별 주변의 물리적 환경과 물질 방출에 대한 중요한 단서를 얻을 수 있고, 그에 따른 별의 탄생과 진화 과정을 연구할 수 있다.
오리온성운 KL 지역 관측 지점. ESA제공
분광기는 망원경이 수신한 전파 정보를 주파수에 따른 전파의 강도로 표현된 스펙트럼으로 변환하는 장치다. 이번에 개발한 분광기는 그래픽 처리와 비디오 게임에 널리 사용되는 그래픽 처리 장치(GPU)를 이용해 개발됐다. GPU를 이용해 아타카마 콤팩트 어레이(ACA)의 12m급 안테나 4대로부터 오는 128Gb/s의 방대한 자료를 실시간으로 처리하기 때문에 'GPU 분광기'라는 명칭이 붙게 됐다. GPU 분광기는 32비트 실수 연산을 수행하기 때문에 4비트나 16비트 정수 연산을 수행하는 기존 장비에 비해 데이터 처리 속도와 처리량이 향상되어 더 정밀한 스펙트럼을 얻을 수 있다.
천문연구원과 일본국립천문대는 2015년부터 공동으로 GPU 분광기를 개발해왔다. 천문연구원은 분광기 개발 프로젝트 전반을 관리하며, 소프트웨어 초기 버전 개발 등을 전담했고, 일본국립천문대는 분광기의 제어 소프트웨어 개발, 분광기 실험실 구축 등을 맡았다.
김종수 박사는 "GPU 분광기 개발은 한일 연구진의 수년에 걸친 노력의 결실이자 성공적인 협력 사례"라며 "세계에서 가장 큰 전파망원경인 ALMA 사업에 한국이 처음으로 기술개발로서 투자 및 기여한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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