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

떠나는 이주열의 마지막 당부 "통화정책 완화 정도 계속 줄여야"

송별 간담회서 정책 일관성 역설
43년 최장수 근무, 첫 연임 총재

떠나는 이주열의 마지막 당부 "통화정책 완화 정도 계속 줄여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43년 만에 한국은행을 떠나 야인으로 돌아가는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마지막으로 강조한 메시지는 '일관성 있는 통화정책'이었다. 이 총재는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계속 줄여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관성 있고 예측 가능한 통화정책을 통해서만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한은이 일정기간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야 한다는 게 이 총재의 생각인 것으로 해석된다.

■통화완화 축소정책 지속해야

이 총재는 23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송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의 높은 물가오름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불균형 위험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며 통화완화 축소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 총재는 "미 연준(연방준비제도·Fed)이 빠른 속도의 금리인상을 예고했는데 우리가 지난해 8월 이후 선제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잠시 금리정책 운용의 여유를 갖게 된 점은 다행이지만 앞으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금리인상이라는 것이 경제주체들에게는 금융비용 부담으로 이어져 인기 없는 정책이지만, 자칫 타이밍을 놓치면 국가경제 전체적으로 훗날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 총재는 국민의 신뢰를 강조했다. 그는 "총재 부임 시 다짐한 게 '중앙은행 존립기반은 어디까지나 국민들의 신뢰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었다"며 "신뢰는 말로만 나타나는 게 아니고 일관성 있고 예측가능한 통화정책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의 통화정책 관련, "지난해부터는 경기회복과 물가상승에 어려움도 있어 통화정책은 거시정책에 맞춰 완화 정도를 전반적으로 조정하고 취약층은 선별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돼왔다"며 "앞으로도 현재 정책 조합이 유효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그는 지난 2월 금통위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3%, 물가상승률을 3.1%로 전망한 것에 대해 "당시 전망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무력충돌이 없다는 가정하에 전망한 것으로 현재는 상황이 악화된 게 사실"이라며 "성장률이 하방하는 동시에 물가상승 압력이 상당한 부담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했다.

■과감하고 유연했던 '이주열호' 8년

지난 1977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이 총재는 43년 최장기간 한은에 근무한 한은맨이자, 첫 연임 총재다. 이 총재가 주재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중 금리를 결정하는 통화정책방향 회의만 총 76회다. 취임 당시 2.50%였던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0.50%까지 인하했다가 1.25%까지 끌어올린 상황에서 퇴임을 맞게 됐다.

이 총재는 "한국은행에서 43년간 국가경제를 위해 일할 수 있었던 것은 더할 나위 없는 영광이었다"며 "높은 불확실성하에서, 더욱이 예측 자체가 불가능한 비경제적 요인에 의한 사건들이 빈발하다 보니 적시에 정책을 펴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고 회고했다.
코로나 당시 전례 없던 '빅컷'과 한미 통화스와프, 코로나 이후 금리정상화 시행 과정을 가장 기억에 남는 업무로 언급했다.

이 총재는 중앙은행 역할에 대한 고민도 전했다. 한은의 고용안정 역할과 한은 독립성에 대해서 "한은 정책수단이 제한된 상황에서 다기화되면 정책목표 간 상충문제가 발생한다"며 "통화정책을 일관성 있게 수행하기 어렵게 될 우려를 가지고 있어 앞으로 기대효과, 부작용 등은 차분하고 냉철하게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지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