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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84세로 서거

[파이낸셜뉴스]
올브라이트 전 미 국무장관, 84세로 서거
고 매들린 올브라이트(가운데) 전 미국 국무장관이 2000년 10월 25일 서울의 한 호텔에서 이정빈(왼쪽) 외교통상부 장관, 고노 요헤이 일본 외교장관에게 악수를 제안하고 있다. 올브라이트 전 장관은 23일 워싱턴에서 84세를 일기로 영면했다. 로이터뉴스1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을 지낸 매들린 올브라이트 여사가 23일(이하 현지시간) 워싱턴에서 별세했다. 향년 84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올브라이트 유족들은 이날 성명에서 올브라이트 여사가 암으로 생을 마쳤다고 확인했다.

동유럽 출신인 올브라이트는 베테랑 외교관으로 1997~2001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 시절 미 국무장관을 지냈다. 이후 조지타운대 외교대학원에서 교수를 지냈다.

1937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올브라이트는 1948년 가족이 미 망명 길에 오르면서 미국으로 옮겼다. 1957년 미 시민권을 땄다.

웰슬리칼리지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외교관의 길을 걸었다.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는 즈비그뉴 브레진스키 국가안보보좌관을 도왔고, 민주당 의원들의 외교정책 자문을 맡았다.

1993년 클린턴 전 대통령이 그를 유엔주재 대사로 임명했고, 이후 국무장관으로 영전했다. 4년을 국무장관으로 지내며 미 외교를 주도했다.

그가 국무장관이던 시절 그는 미 역사상 여성 정부 관료로는 최고위직에 오른 인물로 기록됐다.

올브라이트는 국무장관으로 냉전 이후 서방 외교를 주도했고,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확대와 코소보 전쟁 개입을 이끌었다.

2012년에는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으로부터 미 최고 시민훈장인 '대통령 자유메달'을 받았다.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서훈식에서 "미 최고 외교관으로 봉사한 첫 여성으로서 매들린(올브라이트)의 용기와 강건함은 발칸반도 평화에 기여했고, 전세계에서 가장 불안한 일부 지역에서 개선이 이뤄지도록 하는 길을 깔았다"고 치하했다.

공직을 떠난 뒤 올브라이트는 수십년 동안 저서를 통해 대중과 접촉했다.

2003년 '마담 세크리터리'라는 회고록을 냈고, 프라하의 유년시절을 담은 자서전 '프라하의 겨울: 개인적 회고와 1937~1948년의 전쟁'을 펴냈다.

그는 자신의 의견도 계속해서 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에는 핵심 비판 인사 가운데 하나로 부상해 '파시즘: 경고'라는 책을 출간했다. 올브라이트는 이 저서에서 트럼프가 서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2020년 11월 미 대선 기간에는 FT 기고문을 통해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고의적으로 혼란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면서 "선거 당일 폭력적 대치가 빚어질 수도 있고, 소송전이 봇물을 이룰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서거 한 달 전에는 뉴욕타임스(NYT)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한다면 이는 '역사적 실책'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한편 올브라이트는 조지타운대 교수를 지내면서 해리 트루먼 장학재단 이사장, 전미민주연구소(NDI) 회장, 방위정책위원회(DPB) 위원장 등도 겸임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