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가 지난 2월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 분수대 광장에서 위안부 문제 유엔 고문방지위원회(CAT) 회부 촉구 서한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며 마스크를 고쳐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에서 "1심 판결은 국제인권법의 존재 의미에 대해 간과했다”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민사합의33부(구회근 부장판사)는 24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곽예남 할머니 등 15명이 일본국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2심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이날 "국제공동체 전체 이익을 해한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해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는 것은 국제인권법의 요청"이라며 "1심은 오랫동안 인류가 축적해온 국제인권법 존재 의미에 대해 간과한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국제공동체 전체의 이익을 침해한 중대한 인권 침해에 해당하는 만큼, 여기에 대해서도 국제인권법 적용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피해자 측은 또 "중대한 인권침해에 대한 권리구제 수단이 국제관습법 등으로 보장되는지, 더 나아가 국가면제 예외범위를 심리해야 하는데 이에 대한 원심 심리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여기서 말하는 국제관습법은 주권국가가 다른 나라 재판의 피고가 될 수 없다는 국제관습법상 원칙을 말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4월 곽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과 유족 20명이 일본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각하했다. 각하란 소송 요건이 갖춰지지 않아 본안에 대한 판단 없이 재판 절차를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국가면제에 관한 국제관습법과 이에 관한 대법원 판례 등을 근거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주권적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허용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 측은 "유엔국제사법재판소(ICJ)는 일련의 판례를 통해 무력분쟁·점령지역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서는 국제인권법과 국제인도법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해왔다"고 주장했다.
피해자 측은 브라질연방최고재판소의 판례도 근거로 제시했다. 브라질연방최고재판소는 지난해 8월 2차 전쟁 피해자가 독일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전시에 국가 영토 내에서 민간인에게 행해지는 행위는 비록 주권행위라 하더라도 불법"이라며 독일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놨다.
피해자 측은 브라질연방최고재판소가 지난해 1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소송에서 국가면제를 인정하지 않은 서울중앙지법 판결을 인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피해자 측은 "지난 1월 서울중앙지법의 판결은 물론 이번 브라질연방최고재판소의 판결은 국가면제 심리가 변화의 과정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이 사건은 어느 시기보다도 중요한 역사적 의미가 있다는 점을 두루 살펴달라"고 했다.
곽 할머니 등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2016년 일본정부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반면 지난해 1월 또 다른 피해자 12명이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4부(당시 김정곤 부장판사)는 "일본이 피해자들에게 각 1억원씩 지급하라"며 피해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오는 5월 12일 재판을 이어가기로 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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