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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도 봉쇄에 기업 길들이기… 중국 성장 옭아맨 자충수 [흔들리는 中기업]

확진자 1명만 나와도 지역 봉쇄
기업 생산 막고 소비자 지갑 닫아
'중국의 실리콘밸리' 선전 직격탄
부동산·교육 규제 낮추긴 했지만
경기 회복 타이밍 늦어 효과 한계

고강도 봉쇄에 기업 길들이기… 중국 성장 옭아맨 자충수 [흔들리는 中기업]

#1. 중국의 대표적 외식기업인 훠궈 체인 하이디라오는 연말까지 매장 300개를 폐쇄키로 했다. 2년째 계속되는 중국 정부의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해 중국 내 외식업체들은 생존 위기에 놓여 있다.

#2. 코로나 봉쇄로 직격탄을 맞은 중국 항공사들의 국제선 운영은 평소 10% 수준으로 급락했다. 중국의 3대 국유항공사인 동방항공·중국국제항공(에어차이나)·남방항공의 지난해 순손실은 368억~433억위안으로 추정된다. 민항사들은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238억위안(약 39조원)의 누적손실을 봤다.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와 정부발 규제로 성장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물류와 인력공급이 차단되면서 생산은 막히고 소비는 정체되지만, 공동부유(다 함께 잘살기)나 벌금(과징금) 등 기업 비용은 증가하는 형국이다. 그러나 변화 가능성은 아직 미미한 것으로 평가된다. 중국 정부는 오히려 코로나19 재확산의 원인을 '외국 탓'으로 돌리며 통제를 강화하는 추세다. 규제완화의 가시적 효과도 드러나지 않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 대관식을 앞두고 코로나19 전방위 확산의 책임을 피하고 기업 길들이기 성격도 여전히 남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제로 코로나, 생산·소비 '충격'

27일 펑파이 등 중국 매체에 따르면 중국은 2년 전 코로나19 초창기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확진자 1명만 나와도 지역을 봉쇄하는 초고강도 방역정책이다. 그러나 물류가 막히고 근로자 출퇴근이 차단되자 공장은 가동을 멈췄으며 소비자는 지갑을 닫는 부작용을 양산해 냈다. 국가위생건강위원회도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제로코로나 정책이 일부 지역의 생산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인정했다.

중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아직 수치로 나타나진 않았지만 테슬라, 폭스바겐, 아우디, 도요타, 폭스콘 등 외국 기업들도 제로 코로나 정책에 순응하기 위해 생산을 중단하거나 물류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기업도 마찬가지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선전시는 코로나 재확산으로 통제가 수차례 강화되면서 기업의 생산·운영에 직격탄을 맞았다. 차이신은 "현재 전염병이 선전의 경제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중소기업과 영세기업이 운영비용 증가와 수익 감소 등 이중 압력에 직면해 있다"면서 "시장 주체가 어려움을 완화할 수 있도록 금융보증을 확대하고 수도·전기·임대비용 부담을 줄여줄 것이라고 선전시 정부가 밝혔다"고 26일 전했다. 선전에선 현재 380만개 이상의 중국·외국 기업이 활동 중이다.

중국 금융당국인 은행보험감독관리위원회도 25일 기자회견을 갖고 "코로나19 사태가 최근 여러 곳에서 반복되고 있어 민간항공업, 문화·여행업, 오프라인 소매업 등에 영향이 크고 일부 기업의 생산 경영이 어려워 금융기관의 지원이 시급한 상황"이라며 "각종 지원책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빅테크·부동산·교육 규제 '이중고'

여기다 중국은 빅테크(대형기술기업)·부동산·교육 규제를 강화해 왔다. 경기냉각 현실화 후 충격을 상쇄하기 위해 규제를 낮추긴 했지만 효과가 시장에 전달되기엔 역부족인 것으로 평가된다.

규제는 경영실적도 추락시켰다. 4·4분기 기준 중국 최대 상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매출액은 2014년 뉴욕증시 상장 이후 최저인 10% 증가하는 데 그쳤고 순이익은 74% 줄었다. 종합생활서비스 플랫폼 1위 기업 메이퇀은 같은 시기 53억위안(약 1조150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규제는 부동산 시장에도 태풍을 몰고 왔다. 2위 부동산개발업체로 알려진 헝다(에버그란데)와 자자오예(카이샤) 등 10여개 기업이 이미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사교육 업체 목줄도 죄면서 오프라인 업체가 83.8% 줄었고 온라인 업체는 84.1% 폐업했다.

이 같은 전례 없는 초고강도 규제는 시장 정상화보다는 기업 길들이기 성격이 강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일·절대 권력자의 집권 3기 출범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기업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당분간 개선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은 전망을 더 어둡게 한다. 리커창 총리는 올해 경기냉각 속에서도 제로 코로나 해소 계획이 없음을 분명히 했고, 각종 규제 법제는 완비된 상태이기 때문에 정부의 규제완화 발표에도 시장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호주 싱크탱크인 로위연구소는 최근 보고서에서 "2020년 우한에서 발생한 이후 최악의 코로나19 확산 상황에 놓였다는 점은 제조업의 붕괴와 장기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우려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jjw@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