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칭 80% 이상이 범죄 목적
법정형 상향 개정안 발의
'공무원자격사칭'으로 처벌받은 사람 대부분이 성폭력 등 또 다른 범죄를 저지르려고 경찰 등 공무원을 사칭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무원자격사칭은 공무원을 사칭해 '직권을 행사하는 것'을 말한다. 해당 범죄가 추가 피해를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처벌 강화 등을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27일 법원 판결서 인터넷열람서비스에 따르면 80%가 넘는 공무원자격사칭범이 특정 범행을 목적으로 하고 있었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2017~2021년 공무원자격사칭 관련 전국 법원 1심 판결문 61개, 범행 92건을 살펴본 결과 이 중 15건(16.3%)만이 추가 범죄로 이어지지 않았다. 피고인이 사칭한 공무원 유형은 경찰관이 77.2%로 대부분이었다. 그 다음은 관청 직원(13%)이다.
성폭행이나 강제추행 등 성 관련 범죄를 저지르려고 공무원을 사칭한 경우가 25건(27.2%)으로 가장 많았다.
A씨는 지난 2017년 1월 서울 은평구 소재 한 호텔에서 "나는 마약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경찰인데 누군가 당신을 신고해 몸을 수색해야 한다"며 피해자 B씨를 유사강간했다. A씨는 같은 해 4월 서울서부지법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자신이 공무원이라고 거짓으로 협박해 현금 등을 뜯어낸 경우(공갈)도 21건(22.8%)으로 많다.
지난 2017년 4월 경기도 고양시 소재 한 노래방에서 노래 서비스와 도우미, 주류를 제공받은 C씨에게는 대금을 지불할 돈이 없었다. 그러자 C씨는 해당 노래방을 운영하던 피해자 D씨에게 "나는 일산 서부경찰서 질서계 단속반 형사"라며 "노래방에서 술과 도우미를 제공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C씨는 D씨가 노래방 대금을 면제해주지 않으면 단속을 통해 형사처벌 등 불이익을 줄 것처럼 행세해 '눈감아주는 명목'으로 대금 18만원을 면제받았다. 겁박에 공포를 느낀 D씨를 강제추행하기까지 한 C씨는 같은 해 8월 의정부지법 고양지원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사기범(13%)과 절도범(12%)도 적지 않았다. 절도 사례는 최근에도 불거졌다.
서울 광진경찰서는 지난 21일 50대 남성 김모씨를 상습절도와 공무원자격사칭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김씨는 지난 1월부터 이달까지 전국 노점상을 돌며 자신을 '면세 담배 단속 중인 경찰관' 등으로 가장해 현금 450만여원을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죄목이 없고 한 번의 공무원자격사칭 행위로만 처벌받은 사람들의 형량은 벌금 100만~200만원 또는 집행유예 1년 정도였다. 공무원자격사칭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 벌금형'이다.
한편에서는 공무원자격사칭을 더 세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태영호 국민의힘 국회의원 등 12명은 지난달 "1995년 이래 법정형 개정이 없었다"며 "추가 피해가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자격사칭 법정형 상향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공무원의 자격을 사칭해 그 직권을 행사한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으로 법정형을 상향'하는 것이 해당 개정안 골자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