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로 숨진 대만인 유학생 쩡이린(曾以琳) 씨의 친구들 최진(왼쪽부터), 박선규 씨가 지난해 12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가해자 김모씨의 상고심 선고 공판 참관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대만인 유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가 이른바 '윤창호법' 위헌 결정에 따라 다시 재판을 받게 된 운전자가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차은경·양지정·전연숙 부장판사)는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험운천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은 자신 뿐 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범죄로,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며 "특히 이 사건 범행은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방 차량 신호가 정지신호 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과속 진행하다가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써 그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에 따라 길을 건너던 중이어서 피해자에게 돌릴 책임은 전혀 없는 반면 A씨는 술에 취해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로 운전했다는 점에서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크고 무겁다"고 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우윤식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는 이날 판결이 선고된 후 기자들과 만나 "사건이 마무리가 되지 않아 피해자 유족들이 하루하루 너무나 힘들어하고 불안해했다"고 유족의 심경을 전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부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9%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다 보행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대만인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해자는 국내에서 박사 과정 중이던 대만인 유학생으로, 그의 친구가 이 사건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리면서 사건이 알려졌다. 이 사건 청원은 일주일 정도 만에 20만명 이상의 동의를 얻는 등 사회적 공분이 컸다.
1심은 "신호 위반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검찰의 구형량인 6년보다 더 높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구 도로교통법' 벌칙조항인 제148조의2 제1항에서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사람' 부분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 따라 "원심판결은 효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윤창호법은 지난 2018년 9월 부산 해운대구에서 만취 운전자가 몰던 차량에 치여 대학생 윤창호씨가 숨진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법이다.
헌재는 2회 이상 음주운전자에게 2~5년의 징역이나 1000만~2000만원의 벌금 부과하도록 한 해당 부분이 책임과 형벌 간 비례원칙에 위배돼 헌법에 위반된다고 판단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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