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대만인 유학생을 숨지게 한 혐의로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가 이른바 '윤창호법' 위헌 결정에 따라 다시 재판을 받게 된 운전자가 파기환송심에서도 징역 8년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4-3부(차은경·양지정·전연숙 부장판사)는 29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험운천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8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음주운전은 자신 뿐 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과 재산을 침해할 위험성이 매우 높은 범죄로, 이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돼있다는 점을 우선적으로 고려했다"며 "특히 이 사건 범행은 A씨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전방 차량 신호가 정지신호 임에도 이를 무시하고 과속 진행하다가 교통사고를 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써 그 죄책이 매우 중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는 횡단보도에서 보행자 신호에 따라 길을 건너던 중이어서 피해자에게 돌릴 책임은 전혀 없는 반면 A씨는 술에 취해 판단력이 저하된 상태로 운전했다는 점에서 주의의무 위반 정도가 크고 무겁다"고 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인 우윤식 법무법인 산지 변호사는 이날 판결이 선고된 후 기자들과 만나 "사건이 마무리가 되지 않아 피해자 유족들이 하루하루 너무나 힘들어하고 불안해했다"고 유족의 심경을 전했다.
A씨는 지난 2020년 11월 서울 강남구 도곡동 부근에서 혈중알코올농도 0.079%의 만취 상태에서 운전하다 보행 신호에 따라 횡단보도를 건너던 20대 대만인 유학생을 치어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신호 위반으로 횡단보도를 건너던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으로 죄질이 불량하다"며 검찰의 구형량인 6년보다 더 높은 징역 8년을 선고했다.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헌법재판소가 '구 도로교통법' 벌칙조항인 제148조의2 제1항에서 '2회 이상 음주운전을 한 사람' 부분이 위헌이라고 결정한 데 따라 "원심판결은 효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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