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소상공인금융지원 등 정상화
조단위 늘어난 고용유지금도 삭감
4대연금 개편 통해 재원도 효율화
정부가 내년 예산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강도 높은 지출 구조조정에 나선다. 기존 문재인 정부 사업을 전면 재검토해 불필요한 사업은 쳐내는 식으로 새 정부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코로나19 대응으로 대폭 늘어난 한시지출을 감축하고 집행부진 사업 규모는 최대 절반까지 줄인다는 방침을 세웠다.
특히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복지예산 등 의무지출도 개편하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고령화 등 시대의 요구에 따라 복지수요는 늘어날 수밖에 없고, 내년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하는 사업도 많아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공약으로 제시한 재정건전화는 갈 길이 멀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무지출, 재구조화 성역 아냐"
29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확정된 2023년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사업에 필요한 재정 여력을 확보하기 위해 4대 재정혁신을 설정했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확장재정 편성 기조가 끝나고 속도조절에 들어갈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윤 당선인은 그동안 재정건전성 악화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먼저 정부는 경제·사회 여건 및 사업 수요 변화를 반영해 투자 방향을 재설정, 새로운 투자 여력을 확보하는 데 방점을 찍었다. 예를 들어 그동안 성과가 저조한 미세먼지 절감 사업은 내실화를 통해 탄소중립을 뒷받침하는 식이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방역지원 사업, 소상공인 긴급금융지원, 고용유지지원금, 학습특별바우처 등 큰 폭으로 늘어난 한시적인 지출 소요도 정상화한다. 일례로 고용유지지원금의 경우 현재 조 단위 사업이 진행 중이지만 코로나 이전에는 지출 수준이 수백억원대에 불과했다.
특히 경직적인 재원배분 구조 개편을 위해 복지 등 의무지출에도 매스를 들이댄다. 최상대 기재부 예산실장은 지난 25일 열린 사전 브리핑에서 "의무지출 분야도 지출 재구조화의 성역이 될 수 없다는 자세로 검토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령 개정과 재정제도 개선 등을 통해 재정운용의 탄력성을 제고할 방침이다.
■재량지출 10% 절감으로 10조 마련
정부는 집행부진과 보조·출연사업 등에 대한 구조조정을 통해 재량지출의 10% 수준을 절감할 방침이다. 재량지출은 총지출에서 의무지출을 제외한 지출로 정부가 통제할 수 있는 예산이다.
최 실장은 "매년 재량지출 10% 절감이 가능한 모수를 산정해서 지출 구조조정을 하면 10조원을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라며 "코로나 극복 과정에서 늘어난 한시적 지출의 정상화 부분들까지 고려하면 10조원에 플러스 알파의 재정이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실집행 부진사업에 대한 지출 구조조정을 강화한다. 최근 실집행 실적에 따라서 10~50%까지 감축할 계획이다.
연례적 이전용 부분 예산도 살핀다. 관행적·반복적 이전용 재원으로 쓰이는 사업 가운데 불필요한 예산이 있다고 보고, 이를 선제적으로 감축할 계획이다.
정부재원의 효율적 활용을 위해 4대 연금 개편에도 나선다. 4대 연금을 중심으로 중장기 재정추계를 내실화하고, 재정건전성 확보 방안을 마련해 추진할 방침이다. 세부 사업별로 살펴보면 보건·복지 분야의 경우 코로나 대응을 위해 확대한 보건·의료 부문의 한시지출 사업을 정상화하고, 건강·요양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은 제고한다.
일자리 사업도 마찬가지로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확대한 한시사업을 정상화한다. 절감된 재원은 신산업분야 미래인력 양성, 맞춤형 고용서비스 강화, 민간의 고용창출력 제고 등에 재투자할 예정이다. 교육 분야의 경우 학령인구 감소·산업 구조 재편 등 변화에 대응한 재정 구조개선을 검토한다.
이는 학생 1인당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비합리적으로 증가하면서 중앙재정에 부담을 준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무공해차 전환사업은 전기차 가격경쟁력 상승을 고려한 적정 수준 보조금을 지원한다. 구매목표제 등 비재정적 수단도 적극 활용한다.
honestly82@fnnews.com 김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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