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선 불출마 선언한 김승수 전북 전주시장
당선 가능성 높은 후보라 지역정가 술렁
"시민을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가 부족함 느낄 때 내려놓는 용기"
지난 28일 전북 전주시청 시장실에서 김승수 시장이 자신의 3선 불출마 이유에 대해 소신을 밝히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전주=강인 기자】 전북 전주시를 8년 동안 이끌어온 김승수(53) 전주시장이 퇴임을 앞두고 있다.
김 시장은 지난해 7월 3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오는 6·1전국동시지방선거를 1년 정도 앞둔 이른 시기 깜짝발표에 지역정가가 술렁였다. 3선에 도전했으면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였기에 그의 판단 배경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28일 전주시청에서 만난 김 시장은 “많은 고민 끝에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고 내린 결정”이라고 불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그는 “내 정치 멘토는 그 동안 수없이 봐 왔던 '정치인들의 뒷모습'이다. 그걸 보면 내려놓는 게 어렵지 않다. 나와 시민, 전주에 좋은 결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김 시장의 불출마 선언 뒤에도 지역정가에서는 그에 대해 많은 예측을 내놓고 있다.
50대 초반 아직 정치를 은퇴하기에 이른 나이다. 불미스러운 사건에 휘말려 논란이 있는 이들도 후보로 나서는 정치 현실을 감안하면 김 시장이 가진 핸디캡도 없어 보인다. 그간 전주시 정책에 대한 호불호가 있지만 무난하게 전주시를 이끌었다는 평가가 많다.
더구나 전북 정치권에서는 ‘전주시장 2선 뒤 전북도지사 행’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고 있는 터다. 현 송하진 도지사가 그랬고, 앞서 김완주 전 도지사가 그랬다. 김 시장도 불출마 선언 전까지 도지사에 도전할 거라는 예측이 많았다.
그의 불출마를 두고 2년 뒤 치러질 총선에서 전주지역 국회의원으로 출마할 거라는 예상도 있다.
이런 세간의 추측을 김 시장도 알고 있는 눈치였다. 하지만 그는 단호하게 “아니다”라고 답했다.
김 시장은 “시민들을 진짜 사랑하는 방법 중 하나가 부족함을 느낄 때 내려 놓는 용기”라고 강조하며 “지금은 6월30일까지 남은 임기 시장직을 잘 수행하겠다는 생각뿐이다. 다른 목적이나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그의 얼굴 뒤에는 20년 넘게 정치권에서 활동하며 쌓인 피로감이 보였다. 고도의 정치적 판단이 있을 거라는 의심을 거두게 하는 모습이었다. 최근 작고한 이어령 전 장관의 저서를 언급하며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말하기도 했다. 김 시장은 인간의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바탕으로 자신을 돌아보고 있었다.
그러면서도 재임 기간 가장 보람찬 일을 묻는 질문에는 눈빛이 반짝였다. 그동안 전주시는 대한민국을 선도하는 도시 이미지를 만들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전국에서 처음으로 착한 임대운동이 시작됐고, 재난기본소득도 지자체 최초로 지급했다. 많은 이들이 박수를 보냈고 문재인 대통령이 우수 사례로 전주시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도시혁신도 다수 시도됐다. 성매매집결지인 선미촌이 공권력을 동원한 물리적인 방식을 벗어나 문화재생을 통한 서노송예술촌으로 거듭났다. 20여 년 동안 방치된 폐공장이 팔복예술공장으로 다시 태어났고, 동물원은 생태동물원으로 변신했다. 도시 곳곳에는 아이들이 뛰어 놀 수 있는 놀이터와 도서관이 지어졌다.
이 같이 적지 않은 성과에도 김 시장은 자신의 정치사상과 시민들 사이 간극이 이었던 거 같다고 자평했다. 가장 아쉬운 점으로 주거 문제를 꼽았고 이어 지역경제를 상생 시키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누가 그랬다. 리더는 낯설지만 새로운 말을 해야 한다고, 늘 하던 말 말고 새로운 말을 해야 시대가 변한다고 하더라”며 “세상은 새로운 종류의 인간이 필요하다.
시대가 변하는데 나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차기 시장에게는 “우리 시민들을 위해 지역경제 잘 살렸으면 좋겠다. 우리 눈에 잘 안 보이는 소외계층 시민들 잘 살펴 주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kang1231@fnnews.com 강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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