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1113건·349조 '역대 최대'
신성장투자 늘고 사업구조 재편
전기차·신재생에너지 결합 급증
공시대상 중 SK 25건으로 최다
기업결합건수가 지난 한 해 1000건을 돌파,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기업그룹이 주도하는 기업결합이 급증했다. 전기자동차, 신재생에너지, 폐기물 처리업 등에 대한 인수합병도 늘었다.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기업결합도 최근 5년래 가장 많았다.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과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대비, 신성장 분야에 대한 투자확대와 사업구조 재편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기업들의 대응전략도 인수합병 등을 촉진한 것으로 보인다.
■기업결합신고, 역대 최대
3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한 해 심사한 기업결합 건수는 1113건으로 전년 대비 248건(28.7%) 늘었다고 밝혔다. 금액은 349조원으로 138조8000억원(66.0%) 증가했다. 공정위가 기업결합 심사제도를 도입한 1981년 이래 처음으로 1000건을 넘어선 역대 최고치다.
국내기업에 의한 기업결합과 외국기업이 주도한 기업결합 모두 증가했다. 국내기업에 의한 기업결합은 954건(64조5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건수로는 30.3%, 금액으론 78.6% 늘었다. 이 중 대기업집단에 의한 기업결합은 302건으로(33조3000억원) 최근 10년간 가장 많았다. 금액으론 33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182.1% 증가한 수치다.
2020년 코로나19 확산으로 위축됐던 국내기업에 대한 외국기업의 인수합병 건수도 49건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21건 증가한 것으로 최근 5년 내 가장 많다. 국적별로 미국이 8건으로 가장 많았고 일본(7건), 중국(6건) 등의 순이었다. 외국기업의 한국기업에 대한 관심도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SK '활발'…사모펀드가 대세
국내기업에 의한 기업결합 건수는 33.3% 증가했다. 기업들은 사업구조재편과 신규 성장동력 확보를 모색하면서 기업결합에 나선 것으로 분석됐다.
공정위에 따르면 사업구조재편을 위한 계열사 간 기업결합 금액은 10조8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어난 134.8% 증가율을 기록했다. 합병건수는 같은 기간 50.1% 증가한 205건이었다. 신규 성장동력 확보 등의 의미를 갖는 비계열사의 기업결합 금액도 22조2000억원 증가한 53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대기업그룹의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대기업그룹 내 계열사 간 결합은 전년 대비 33건 증가한 104건이었다. 대기업그룹 내 계열사 간 결합은 2018년 이후 감소세였지만 지난해 46.5%나 증가한 것이다.
기업결합 신고를 가장 많이 진행한 공시대상 기업집단은 SK로 25건이었다. 이어 미래에셋(21건), 카카오(17건), 한국투자금융(15건), 롯데(14건) 순이었다. 미래에셋과 한국투자금융은 투자대상 회사에 대한 임원겸임, 사모투자합자회사(PEF) 설립이 대부분이었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그룹이 사업경쟁력 제고를 위해 유사업종 계열사 간 합병, 과감한 사업구조재편 등을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관련 결합↑
기업결합대상으로 인기 있는 제조업종은 기계·금속이었다. 지난 한 해 92건의 기업결합이 발생했고 증가율은 15.0%였다. 다음으로 석유화학의약, 전기·전자 등의 순이었다. 비금속광물과 식음료는 되레 기업결합이 건수기준으로 각각 전년 대비 15%, 5.3% 감소했다.
주목되는 부분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업의 기업결합이 36건, 전기차 관련 상용차, 리튬이온·수소전지, 충전소 등과 관련된 기업결합이 12건으로 집계됐다는 점이다. 실례로 포스코에너지의 신안그린에너지 주식취득, 현대차그룹과 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회사 설립 등이 지난해 있었다.
친환경·새활용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높아지면서 폐기물·하수 처리 관련 기업결합도 21건까지 증가했다.
금융·건설·부동산개발 관련한 기업결합은 PEF 설립,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 설립 등을 통해 추진됐다. 건수 기준 기업결합은 각각 168건, 64건이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8%에 달했다. 기업결합신고건수 5건 중 1건은 PEF 설립을 통해서라는 의미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에 따른 대응 전략과 플랫폼 관련 기업결합이 36건으로 집계된 것도 특징이다.
신용희 공정위 기업결합과장은 "기업결합이 급증하면서 심사기구 보강이 필요하다"며 "이와 함께 디지털 기술, 플랫폼 관련 분야의 기업결합이 많이 생겨나고 있어 효과적 대응방안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기업의 자율성을 최대한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개편 방안도 추진한다. 신 과장은 미국과 EU 사례를 언급하며 "수시로 회사와 경쟁당국이 시정방안에 대해 피드백하며 기업이 스스로 최적의 경쟁제한 해소방안을 검토해 (기업의) 자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경제시스템 변화에 부합하는 기업결합심사기준 개정도 추진 중이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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