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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미만 간암 '고주파 열치료' 2박 3일이면 퇴원합니다" [Weekend 헬스]

'침묵의 저승사자' 간암 전문가 임현철 삼성서울병원 교수
대표적인 비수술 치료법
종양과 주변에 바늘 모양 전극 삽입
조직 가열해 괴사시키는 방법
도려낸 것과 같은 효과…합병증 적어

"3㎝미만 간암 '고주파 열치료' 2박 3일이면 퇴원합니다" [Weekend 헬스]
임현철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
원발성 간암은 만성 간염이나 진행성 간경변 환자에서 주로 발생하며, 간의 여러 곳에서 다발성으로 생기는 경우도 많다. 진단 당시 수술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경우는 전체 간암 진단 환자에서 약 20%에 불과하다는 통계도 있다. 비교적 진행된 병기에 해당되는 간 내 전이암 환자의 경우, 외과적 절제가 어렵거나 항암 치료 후 남아있는 간내 전이암에 대해 비수술적 치료 방법을 사용할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비수술적 치료 방법이 고주파 열치료술(RFA)이다. 이 분야의 권위자인 임현철 삼성서울병원 영상의학과 교수에게 고주파 열치료술에 대해 물었다.

Q. 고주파 열치료술이란?

A. 대부분의 간암 및 간내 전이암은 초음파, CT, MRI 영상에서 관찰이 가능하다. 고주파 열치료술은 이러한 영상 유도를 통해 환자의 몸 안을 들여다보면서 바늘 모양의 전극을 피부를 통해 직접 종양 또는 종양 주변에 삽입한다. 고주파열치료술은 인체 내에 삽입한 전극 주위로 고주파 교류(460-500 kHz) 전류를 흘려 분자들 간의 마찰을 유도함으로써 종양과 그 주위 조직을 가열해 괴사를 유도한다. 고주파 열치료술은 비교적 시술이 간편하고 안전해 가장 널리 사용되는 비수술적 치료 방법 중 하나이다. 치료 후, 종양 뿐만 아니라 종양을 둘러싸는 간 실질의 일부가 같이 괴사 되는데 마치 수술로 그 부위를 도려낸 것과 같은 효과를 지닌다. 1990년대 첫 치료가 시작된 이래 세계적으로 수많은 시술이 이루어졌고, 직경 2-3cm 이하의 작은 간암은 고주파열치료술 후 간 절제술과 필적할 만한 우수한 치료 결과를 보여, 간이식 및 수술과 함께 간암의 근치적 목적의 치료법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Q. 고주파 열치료술의 대상은?

A. 간에 생긴 간암 및 간내 전이암을 가진 환자를 대상으로 한다. 고주파 열치료술은 한번에 소작할 수 있는 용적에 한계가 있고, 종양의 크기가 커질수록 악성도가 증가해 치료 효과가 감소한다. 따라서, 고주파열치료술은 2cm 미만의 간암에서 치료 효과가 가장 좋으며, 일반적으로 3cm 미만, 최대 3개의 종양까지 시행한다.

Q. 고주파 열치료술의 시술 방법은?

A. CT, MRI등의 영상에서 발견된 간암에 전극을 삽입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초음파 유도를 시행한다. 따라서, 시술자는 시술 전 초음파 검사를 통해 종양의 위치 확인이 가능한지, 전극 삽입의 경로에 문제가 없는지, 주변 장기로의 열 손상의 위험은 없는지 면밀히 점검한다.

시술 당일에는 안전하게 고주파 전극 삽입이 가능한 자세를 환자가 취하게 하고, 전극 삽입 부위 피부를 소독한 후 국소 마취를 시행한다. 이후 초음파 영상을 보면서 피부 및 간 실질을 거쳐 종양 및 종양 주변에 전극을 삽입한다. 전극 삽입 후, 고주파 전류를 발생시켜 약 10분 동안 종양을 소작한다. 초음파 모니터링에서 소작 범위가 충분히 크지 않은 경우 전극의 위치를 옮겨 추가 소작을 시행한다. 종양 소작 시 발생하는 통증을 조절하기 위해 진통제나 수면 마취를 이용한다. 종양의 크기가 너무 작거나 종양이 간의 깊은 부위에 위치한 경우, 초음파 영상에서 종양 위치 확인이 어려울 수 있다. 이 경우 초음파 조영제나 융합영상(CT/MRI영상과 초음파 영상을 융합)을 이용해 치료의 정확도와 치료 효과를 높인다. 간혹 간 주변 장기나 조직에 열 손상이 우려되는 경우, 복강 및 흉강에 수액을 주입해 안전하게 치료를 시행한다. 일반적으로 시술 직후 CT검사를 통해 치료 성공 여부 및 합병증 발생 여부를 평가한다.

Q. 고주파 열치료술의 치료 후 경과는?

A. 시술 후 통증이나 합병증은 대부분 경미하다. 드물게 출혈, 간 농양, 간 경색, 장 천공 등의 주변 장기 열 손상 등의 합병증이 생길 수 있으며, 치료를 요하는 주요 합병증의 빈도는 약 3%이다. 일반적으로는 2박 3일 코스로 입원이 필요한데, 시술 전날 입원하고 시술 후 하루 관찰 후 퇴원한다. 삼성서울병원의 고주파 열치료술 치료 성적은 세계적인 수준을 자랑한다. 최근 유럽 영상의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3cm 미만의 최초 진단 단일 간암 환자에서 고주파 열치료술을 시행했을 때, 5년, 10년 생존율이 각각 83%, 74%였다.

Q. 고주파 열치료술의 장단점은?

A. 고주파 열치료술은 외과적 절제에 비해 정상 간 실질을 보다 많이 보존할 수 있으므로 간기능에 영향이 적게 간다. 따라서, 수술과 비교 시 고주파 열치료술은 치료와 관련된 합병증이 더 드물게 발생하며, 입원 기간과 회복 기간이 짧은 장점이 있다. 또한 간기능이 좋지 않아 외과적 절제를 시행할 수 없는 환자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좋은 대안적 치료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수술과 달리 초음파를 포함한 유도 영상에서 종양이 보이지 않거나, 까다로운 곳에 종양이 위치한 경우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예컨대 간문맥 주변이나 횡격막 직하방의 종양의 경우 고주파 열치료술의 치료 효과가 감소할 수 있다. 또 크기가 3cm 이상으로 큰 종양의 경우 수술에 비해 치료 효과가 낮다.

Q. 최근 고주파 열치료술의 최신동향은?

A. 종양의 크기가 3cm 이상으로 크거나, 종양 표지자 또는 MRI 영상에서 종양의 악성도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경동맥 화학 색전술을 같이 시행해 종양의 치료 효과를 높인다. 종양이 초음파 유도 하에 접근이 어려운 횡격막 직하방에 위치한 경우, 복강경 유도 하에 고주파 시술을 시행하기도 한다. 또 새로운 고주파 치료 전극 및 기계의 개발로 현재보다 소작 범위가 더 넓어져서 더 큰 종양까지 점점 적응증을 넓혀가고 있다.
종양이 안전한 위치에 있는 경우, 종양을 직접 찌르지 않고 종양 주변에 여러 개의 전극을 삽입 (no-touch)해 치료 효과를 더 높이는 새로운 치료 방법이 도입됐고, 전향적 다기관 연구를 통해 보다 향상된 치료 성적을 북미영상의학회지에 발표했다. 더 나아가 고주파 열치료술보다 더 큰 소작 범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새로운 기법인 극초단파 소작술도 도입돼 앞으로 간암 및 간내 전이암 치료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또한 혈관 또는 담도 주변의 열 손상의 위험이 높은 위치의 종양의 경우, 냉동 소작술을 이용해 안전한 치료를 시도하고 있다.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