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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1100억 팔린 사모펀드 결국 원금 못찾는다 [부실 사모펀드, 손놓은 회수]

하나銀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부실판매 논란에 투자자와 갈등
소송 거쳐 일부 회수 추진했지만 현지법원 "지급의무 없다" 판결
2년 끌던 분조위 이달중 열기로

2년간 공회전하던 1100억원 규모의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에 대한 분쟁조정위원회(분조위)가 4월 중 열릴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이탈리아 현지 실사를 통해 하나은행이 펀드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는 등 문제점을 찾았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금감원이 해당 펀드의 100% 배상(계약취소) 처분을 내릴지 여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5일 금융당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와 관련, 이탈리아 현지 실사를 진행 중인 금감원이 그동안 하나은행이 설명했던 것과는 다른 사실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은 당초 금감원과 피해자들에게 이 펀드를 통해 투자된 돈을 일부 찾을 수 있다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과 이탈리아 지방정부의 재정난 등으로 현지 상황에 변수가 생기면서 이 돈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의 기초자산은 이탈리아 의료비 매출채권이다. 공공의료 체계를 가진 이탈리아는 환자들이 이용한 의료서비스 비용을 국가기관이 모아 지급한다. 청구에서 지급까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일부 의료회사는 의료비 청구서를 할인가격으로 처분해 현금화한다. 금융사는 이런 의료채권을 할인된 가격으로 대량구입, 수익률을 내는 금융상품으로 만들어 국제금융시장에 유통시킨다. 이 의료채권은 정부가 100% 지급을 보증하는 일반채권과 조건부로 지급되는 특수채권으로 나뉜다. 일반채권은 안전한 만큼 할인율이 낮고, 특수채권은 할인율이 그보다 크지만 '조건부'로만 돈을 받을 수 있다.

당초 하나은행은 비안전자산인 엑스트라버짓 채권에 투자해놓고도 상품설명서에는 안전자산인 인버짓 채권 위주로 투자하겠다고 안내한 이유로, 지난 1월 금감원 제재심의위원회로부터 사모펀드 신규 판매업무 일부정지 3개월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번에 금감원이 포착한 사안은 그다음 단계다. 하나은행은 그동안 투자자에게 인버짓 채권에 투자하겠다고 해놓고 엑스트라버짓 채권에 투자한 건 맞다고 인정하면서도 이탈리아 정부가 예산을 일부 배정하거나 소송을 통하면 어느 정도는 받을 수 있는 것으로 설명해왔다.

하지만 최근 이탈리아 법원은 이 소송을 거쳐도 정부가 돈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는 판결도 내고 있는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했다.
당초 하나은행이 엑스트라버짓 펀드에 투자된 돈의 절반은 회수할 수 있다고 금감원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어졌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하나은행은 일단 원금의 70%를 피해자에게 가지급한 상태인데, 이 같은 과실이 추가되며 라임이나 옵티머스처럼 100% 배상(계약취소)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한편 금감원 관계자는 "워낙 변수가 많아 확실치 않지만 일단 4월로 일정은 잡고 있다"고 전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