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비의료인 문신 시술 불법"
1992년 대법원 판례 여전히 유효
타투이스트 '무소득자' 분류
은행서 전·월세 대출도 못받아
5일 서울의 한 작업실에서 만난 타투이스트 황준영씨(가명)가 타투 도안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박지연기자
"타투 작업실 차렸다고 이웃에 떡 돌리는 게 제 꿈이에요."
파이낸셜뉴스가 지난 5일 서울 한 작업실에서 만난 2년차 타투이스트 황준영씨(가명·29)가 이같이 말했다. 대학 졸업 후 이끌리듯 타투업계에 입문했다는 그는 16.5㎡(5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매일 식물 타투를 손님의 팔과 손 등에 새긴다.
공개된 장소에서 큰 타투샵을 차리는 것이 황씨의 꿈이지만 갈 길은 요원하다. 국내 비의료인의 타투업은 불법인 탓이다. 황씨는 "안전과 위생을 위해서라도 타투 합법화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사법부 판단이 위생·안전 위협"
헌법재판소는 지난 3월 31일 '비의료인 타투 시술 처벌'에 대해 "문신 시술은 감염과 염료 주입으로 부작용 등 위험을 수반해 피시술자뿐 아니라 공중위생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타투 단체는 "사법부의 식견은 타투를 '의료행위'로 판단한 1992년 대법원판결 수준에 멈춰있다"고 비판했다.
황씨는 이 같은 사법부의 판단이 되레 공중위생을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황씨는 "타투이스트에게는 타투 작업에 쓴 바늘을 공식적으로 폐기할 수 있는 곳이 없다"며 "저는 바늘을 와인병에 밀봉해 보관하는데, 그렇게 보관 중인 병이 수십 개"라고 말했다.
국가의 관리·감독 범위 밖에 있는 탓에 감염 예방을 위한 위생교육 역시 부족하다. 시술 뒤 관리·감독에 대한 규정이 없어 타투유니온 등 일부 단체들은 자체 위생 지침을 만들어 현장에 적용 중이다.
황씨는 "지난해 타투유니온에서 시행 중인 위생·멸균 관련 실습 교육을 받고 왔지만 정작 위생을 위해 필요한 용품을 구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는다"며 "타투 양성화를 통해 국가 차원의 감염 관리가 확대돼야 소비자와 시술자 안전 모두를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있어도 없는 존재' 타투이스트
국내와 달리 해외에선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허용하고 위생·안전을 관리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안전신체예술법'에 근거해 시술자들이 작업 전 손 세척 및 기구의 멸균·소독 등을 반드시 진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프랑스 역시 위생교육 수료증을 제출하면 문신 시술업을 할 수 있다.
반면 국내 타투이스트들은 직업으로 삼기에 여전히 불법으로 규정한 탓에 국가 제도에서 사실상 '없는' 존재다. 황씨는 "집을 구할 때조차 타투이스트는 '무소득자'로 분류돼 전·월세 대출을 받을 수 없다"며 "직업란에 떳떳이 '타투이스트'라고 기재하지 못할 때 무력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타투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은 긍정적으로 변화해 왔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갤럽이 지난해 6월 시민 1002명을 대상으로 타투 합법화에 대한 의견을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1%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황씨는 "타투에 부정적 인식을 하고 있던 부모님 세대도 타투 작업물을 접한 뒤에는 '하나 갖고 싶다'는 반응을 보인다"며 "타투를 새긴 사람들이 보여주는 긍정적인 모습들이 타투에 대한 인식 전환에 좋은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날 황씨의 작업실을 방문해 생애 첫 타투를 새긴 대학생 임모씨(23)는 "어머니도 (타투) 도안을 보더니 예쁘다고 칭찬해주셨다"며 "소비자의 입장에서 안전을 위해 타투가 양성화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씨는 타투 합법화를 통해 소비자의 안전과 타투이스트의 정체성이 함께 보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타투가 합법화 되는 날, 모두에게 공개된 큰 공간에 타투샵을 차리는 것이 꿈"이라며 "떳떳하게 '타투업'을 한다고 말할 수 있는 날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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