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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가족찾기]37년만에 만난 아들 "효도하고 싶어".. 어머니 "그저 눈물만..."

파이낸셜뉴스 2005년 '잃어버린 가족찾기' 소개
1984년 4월 네살 당시 가족과 헤어진 김모씨
유전자 검사로 37년만에 가족과 상봉했다
김모씨 "가족과 함께 하는 일상 꿈 같아"

[잃어버린 가족찾기]37년만에 만난 아들 "효도하고 싶어".. 어머니 "그저 눈물만..."
유전자 검사를 통해 37년만에 상봉한 김모씨와 어머니 A씨 / 사진=김씨 제공

[파이낸셜뉴스] "어머님과 상봉한 이후로 매일 연락하고 일주일에 한 번씩 봅니다. 꿈만 같은 일이죠."
37년 만에 잃어버린 가족을 찾은 김모씨(41)가 감격에 벅찬 목소리로 말했다. 김씨는 "어려서는 부모님에 대한 원망도 많이 했지만 지난 세월은 모두 잊을 것"이라며 "여태까지 하지 못했던 효도를 다 하고 싶다"고 밝혔다.

11일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지난 3월 10일 김씨는 유전자 검사를 통해 37년만에 가족을 만났다. 김씨의 사연은 지난 2005년 파이낸셜뉴스 '잃어버린 가족찾기' 지면을 통해 소개된 바 있다.

1984년 4월 네 살이던 김씨는 부모로부터 이탈된 뒤 서울 소재 아동보호시설에서 생활하다가 2002년 퇴소했다. 그는 어릴 적 사고를 당해 재활치료에 꽤 오랜 시간을 쏟았다고 한다. 김씨는 어려운 환경에서도 가족을 그리워하는 마음으로 평생 어머니를 찾았지만 현실은 쉽지 않았다.

그는 경찰서에서 실종아동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는 등 부모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김씨의 모친 A씨도 잃어버린 아들의 행적을 찾아 전국을 수소문했으나 생사조차 확인할 수 없었다. 지난 1월 경찰서를 방문한 A씨는 아들에 대한 실종 신고와 유전자 검사를 진행했다. 이후 아동권리보장원은 '실종아동업무시스템'에 등록된 아동 신상정보를 기반으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했다. 그 결과 김씨와 A씨가 친자 관계인 사실을 확인했다. 37년 만에 서울성동경찰서 강당에서 아들과 만난 A씨는 뜨거운 눈물을 터뜨리며 "너를 버린 게 아니었다"며 통곡했다.

이어 "소원이 있다면 죽기 전 잃어버린 아들을 찾는 것이었다"며 "아들을 잃어버린 죄책감과 한으로 평생을 살았는데 이제 그 짐을 내려놓고 남은 시간 아들과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에 김씨는 "힘들 때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 생각을 자주 했다"며 "언젠가 어머니와 만나 즐겁게 대화 나누는 것을 상상했는데 실제 현실이 됐다"며 감격했다.

김씨는 어머니와 상봉한 이후 매일 통화하고 일주일에 한 번 만남을 갖고 있다고 한다. 오랜 시간 만나지 못했던 친형과도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나에겐 너무나도 드라마 같은 일상이라서 실감이 나지 않고,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기분"이라며 "가족들과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실종아동업무시스템'을 통해 지난 2004년부터 축적된 실종아동 등의 신상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이 시스템에 등록된 실종아동 등 유전자 정보는 3만8216건에 달한다. 실종아동을 찾는 보호자의 유전자정보도 3980건 등록돼 있다.

윤혜미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이번 상봉은 실종아동과 가족이 서로 유전자 등록을 하면서 이뤄낸 성과"라며 "장기실종아동 찾기에 유전자 검사가 중요한 만큼, 실종아동과 가족의 조속한 유전자 등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banaffle@fnnews.com 윤홍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