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의료자문 통한 부지급률
생보사 19%·손보사 4.6%로 증가
메트라이프 의뢰후 절반 지급 안해
보험사들이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 보험금 부지급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심사 또는 손해사정 업무시 진단서 등 의학적 서류가 자체 전문 인력으로 보험금 지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 의료기관에 소속된 전문의에게 의학적 소견을 구하는 의료자문을 실시하고 있다.
11일 생명·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에서 의료자문을 실시하는 비율은 줄어들었지만 보험금 부지급 건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생보사는 의료자문을 통한 보험금 부지급율이 지난 2020년 18.6%에서 2021년 19.0%로 0.4%p 늘었다. 손보사의 경우 지난 2020년 2.0%에서 4.6%로 2.5%p 늘어났다. 이는 의료자문건수가 줄어들었음에도 증가한 것이다.
생보사는 지난 2020년 총 청구건수 588만8103건 중 9680건(0.16%)이 의료자문을 실시했고 이중 1810건(18.6%)이 보험금 부지급판정을 받았다. 2021년에는 총 624만8676건 중 7632건(0.12%)의 의료자문이 실시됐으며 보험금 부지급건수는 1455건(19.0%)이었다.
손보사도 증가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20년 총 청구건수 2568만7270건 중 의료자문은 2만348건(0.07%)이었고, 보험금 부지급건수는 417건(2.0%)에 불과했다. 그러던 것이 2021년에는 총 청구건수 2896만3831건 중 2만2540건(0.07%)이 의료자문을 받아 1034건(4.6%)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았다.
생보사의 경우 의료자문을 받아 보험금을 지급하는 비율이 높았다. 생보사의 상품 특성상 질환과 관련된 장기 보험이 많기 때문이다.
생보사 중 보험금 부지급율이 가장 높은 보험사는 메트라이프로 5만3940건 중 63건이 의료자문을 받아 36건(57.1%)이 지급되지 않았다.
메트라이프생명 관계자는 "실제 의료자문 실시율은 청구건수 대비 0.116%로 업계 평균보다 낮지만 무분별한 의료자문을 지양하고 필요한 건만 시행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지급률이 높은 것으로 보여질 수 있다"며 "특히 지난해에는 갑상선 고주파 절제술 과잉진료 관련 부지급건수가 증가했기 때문이며 최근 금융감독원에서도 보험금 청구 시 의료자문을 통해 보험금 지급 여부를 결정하도록 한 바 있다"고 말했다.
건수로만 살펴보면 청구건수가 많은 보험사가 부지급 건수가 높았지만 비율로 보면 낮은 수준이었다.
삼성생명이 173만501건 중 3869건의 의료자문을 받아 401건(10.4%)이 부지급됐다. 이어 한화생명은 총 92만7256건 중 745건의 의료자문을 받아 224건(30.1%)이 부지급됐다. 교보생명은 총 87만293건 중 760건이 의료자문을 받아 177건(23.3%)이 부지급됐다. NH농협생명은 총 25만 993건 중 518건이 의료자문을 받아 113건(21.8%)이 부지급됐다.
손보사의 경우 실손과 관련된 의료자문이 늘어나면서 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삼성화재는 410만9596건 중 의료자문은 9294건, 부지급은 93건(1.0%)이었다. 현대해상은 517만6087건 중 의료자문 2700건, 부지급 71건(2.63%)이었다. KB손보는 총 336만2900건 중 의료자문 2211건, 부지급 67건(3.0%)이었다.
MG손보는 손보사 중 가장 부지급율이 높았다. 총 38만9827건 중 642건의 의료자문을 받아 53건(8.3%)이 부지급됐다.
특히 금융당국에서는 지난해 8월부터는 보험사가 보험금 산정을 위해 진행한 외부 의료자문에 대해 이의가 있는 고객은 제3의 의료기관에 재자문의뢰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동안 시민단체 등에서 보험회사가 의료자문을 보험금 지급 거부수단으로 이용한다고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지급건수가 증가함에 따라 별다른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계약자와 보험사가 의견차이가 있을 때 이를 명확히 하기 위해 의료자문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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