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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두근거리게 한 '소개팅 앱' 속 그녀, 알고보니 그 회사 남자직원이었다

한국일보 14일 단독보도
소개팅 앱 사용자 '남탕' 우려에
200여개의 허위 여성계정 만들어

날 두근거리게 한 '소개팅 앱' 속 그녀, 알고보니 그 회사 남자직원이었다
아만다 앱의 모습
[파이낸셜뉴스] 데이팅 앱 업체가 직원들을 동원해 수백 개의 '가짜 계정'을 만들고 여성 회원인 것처럼 활동하도록 했다는 내부 고발이 제기됐다. 누적 회원수 660만명을 보유한 이 업체는 하루 평균 300여개의 허위 게시글을 올리는 수법으로 남성 회원의 결제를 유도해 부당 이득을 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일보 14일 단독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소속 권호현 변호사는 이날 데이팅 앱 '아만다'와 '너랑나랑'을 운영하는 테크랩스와 이 회사 대표이사, 성명불상의 인물 등을 전자상거래법·표시광고법·개인정보보호법, 형법(사기) 위반 혐의로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했다고 밝혔다.

권 변호사는 테크랩스 직원들의 내부 고발을 접수해 비실명 대리신고를 했다. 공익신고자는 변호사를 통해 신분이 노출될 걱정 없이 권익위에 신고할 수 있다.

테크랩스의 위법 행위는 지난해 11월 아만다의 새로운 버전(아만다 3.0)을 출시하며 ‘시크릿 스퀘어’라는 익명게시판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에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이 서비스는 성별(빨간색은 여성, 파란색은 남성)을 제외한 프로필 정보가 노출되지 않고 자유롭게 글을 올릴 수 있다. 게시글을 보고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리본(개당 150원)' 3개를 사용해 '시크릿 매치' 신청을 할 수 있고 상대가 이를 수락하면 프로필을 확인한 후 1대 1 대화까지 이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통상 리본 18개(2700원) 정도를 써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개팅 앱 특성상 남성 이용자가 여성 이용자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남탕'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우려한 테크랩스는 성비 불균형을 해결하기 위해 200여개의 허위 여성계정을 만들어 사내 단체 메신저를 통해 직원들에게 전파한 후 적극적인 '활동'을 지시했다. 파란색(남성)으로 표시된 글이 압도적으로 많으면 여성들의 활동이 위축되고, 이는 남성들의 이탈까지 유발하기 때문이다.

서비스 출시 초기 한 달여 동안 하루에 작성된 가짜 여성 게시글은 최소 300개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사업팀 직원 10여명이 46개 계정을 사용해 하루 5개의 글을 올리고, A부장을 비롯한 적극 가담 직원 4명이 20개의 글을 작성한 것을 토대로 산출한 수치다.

지난해 11월 시크릿 스퀘어 여성 일 평균 게시글이 1141건이었는데, 이 중 최소 26%가 허위로 작성된 것으로 추측이 가능하다. 이는 확인 가능한 계정만을 집계한 최소 수치로 실제로는 더 많은 글이 작성됐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가짜 여성 계정을 이용한 인위적인 성별 조정은 테크랩스가 운영하는 또 다른 소개팅 앱 '너랑나랑'에서도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졌다. 너랑나랑은 이용자에게 하루 16명의 이성을 2명씩 짝지어 8번 소개해주는 '매칭'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추천받은 2명 중 1명을 선택하고 선택받은 이성이 자신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4단계까지 성공하면 무료로 1대 1 대화를 나눌 기회가 주어진다. 단, 유료 결제아이템인 '하트'(개당 100원) 10개를 사용하면 '둘 다 선택' 기능을 통해 이성에게 노출될 기회를 늘리고 최종 선택될 확률을 높일 수 있다.
하트 29개(2,900원)를 사용해 친구신청까지 하면 자신의 프로필이 이성에게 노출될 기회를 증가시킬 수도 있다.

날 두근거리게 한 '소개팅 앱' 속 그녀, 알고보니 그 회사 남자직원이었다
너랑나랑 앱의 모습
테크랩스는 이런 기능을 이용해 남성들의 결제를 유도하기 위해 100개의 허위 여성계정에 각각 수천 개의 하트를 전산 조작으로 부여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 변호사는 "이용자를 속여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부분은 형법상 사기 혐의"라며 "현행법상 형법 위반은 공익침해 행위에 해당하지 않아 권익위에서 (수사기관에) 고발을 해 달라는 취지로 함께 신고했다"고 말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