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2022.3.14/뉴스1 © News1 김명섭 기자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법원의 오판으로 가압류 신청이 취소됐지만 당사자에게 즉시항고와 효력정지 신청 등 구제절차가 보장되어 있는 만큼 전적으로 국가 책임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A씨가 정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 2013년 B사를 상대로 미등기 부동산 건물에 가압류신청을 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B사는 가압류 등기 말소를 위해 A씨의 본안소송 제기 명령을 법원에 요청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20일 내 본안 소송을 제기하고 이를 증명하는 서류 제출을 명령했다. 이후 A씨는 본안소송을 청구했다.
그런데 A씨가 제소명령 등본을 송달받은 것은 2014년 5월 12일이고 그가 법원에 지급명령을 신청하고 관련 서류도 제출한 날짜는 6월 2일이다. 날짜로만 보면 송달받은지 21일 뒤다. 이에 B사는 'A씨가 기간 안에 본안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다'며 가압류 취소 신청을 했고 법원은 인용했다.
그러나 A씨가 이에 불복해 열린 항고심에서 법원이 기간 만료일을 잘 못 알았다며 A씨 손을 들어줬다. 민법 161조는 기간이 정할 때 마지막 날이 토요일이거나 공휴일이면 그 다음날로 만료일이 넘어가도록 규정한다. 2014년 6월 1일이 일요일어서 본안 소송 제기 마지막 날은 6월 2일이 되는 셈이다.
결국 A씨는 약 1년이 지나서야 가압류등기를 할 수 있게 되자 부동산 강제경매에서 배당을 받으려 했는데 요구 시점을 넘겨 가압류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받지 못하자 정부를 상대로 7억8233만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은 법원의 오판으로 피해를 입은 경우 국가배상책임이 인정되는지가 쟁점으로 1, 2심 판단이 엇갈렸다.
1심은 "A씨는 효력정지 신청을 통해 잘못된 취소결정의 효력을 정지시켜 권리를 회복할 수 있었음에도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므로 국가배상에 의한 권리구제를 받을 수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반면 2심은 "재판부 잘못이 법관의 직무수행상 준수할 것을 요구하는 기준을 현저히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며 A씨 청구를 받아들였다. 다만 효력정지 신청을 하지 않은 A씨 잘못도 인정해 국가 책임 비율을 60%로 제한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판단은 달랐다. 1심과 같이 A씨가 즉시 항고를 하면서 효력정지를 하지 않은 점을 들어 국가 배상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재판에 대한 불복 절차나 시정 절차가 마련돼 있는데도 이를 통한 시정을 구하지 않았다면 원칙적으로 국가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며 "원심은 국가배상책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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