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중 한 곳인 서울 노원구 백사마을 전경. 서울시는 지난해 3월 이 마을의 재개발사업시행사업을 인가하면서 아파트와 일반주택 등 총 2437세대를 2025년까지 지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프랑스의 한 대학에서 한국 사회를 연구하는 발레리 줄레조 교수는 'Mrs.APT'라고 불린다. 1993년 서울을 처음 방문한 그녀는 공룡처럼 군림하는 아파트에 놀라 이를 연구해보기로 마음먹었다. 10여년의 연구 끝에 서울의 아파트단지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녀의 논문은 2007년 한국에서 '아파트공화국'이란 단행본으로 출간됐다.
아파트는 서울을 상징하는 아이콘이자 한국 사회를 읽는 키워드이다. 아파트는 어쩌다가 서울의 지배적인 주거형태가 됐으며, 한국의 중산층은 왜 그렇게 아파트에 집착하는 것일까. 줄레조에 따르면 한국 사회에서 아파트는 압축된 현대성이다. 아파트는 돈이나 주식과 비슷한 환금성을 가진 재화인 동시에 현대화의 매개체였던 것이다.
원래 서울은 산과 하천으로 이뤄진 도시였다. 200여개의 고개와 30여개의 개천을 깎고 메워서 거주지를 조성했다. 평지엔 모두 아파트가 들어서고 이제 5곳의 산동네가 남았다. 중계동 백사마을, 개포동 구룡마을, 방배동 성뒤마을, 정릉동 정릉골, 홍제동 개미마을이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꼽힌다. 이들 달동네에도 개발바람이 거세다. 지역특성에 맞는 개발이 진행 중이다.
서울의 동북단에 자리한 백사마을의 지명은 '104번지'라는 옛 주소에서 유래했다. 1967년 청계천 등지에 살던 철거민들이 집단이주해 형성됐다. 행정구역은 성북구에서 도봉구로, 다시 노원구로 바뀌었지만 104번지라는 번지수가 살아남아 마을이름으로 굳어진 것이다.
10여년간 표류하던 백사마을 정비사업은 지난해 3월 재개발사업의 7부 능선으로 불리는 사업시행인가가 나면서 본궤도에 올랐다.
그러나 최근 주민 이주작업이 거의 완료돼 폐허가 된 이 마을에서 파열음이 들리고 있다. 박원순 전 시장이 추진하던 지형·길·터를 보전하는 도시재생 방식과 오세훈 현 시장의 주택공급 확대 방식이 맞선 양상이다. 저층형 임대주택의 비싼 공사비가 문제라고 한다. 아파트공화국과 마지막 달동네의 한판 대결인가.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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