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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만에 회식하고 집에 가려니 택시가 안잡히네요" [현장르포]

거리두기 끝나자 '택시 대란'
택시기사 3년간 2만8000명 감소
심야버스 늘렸지만 여전히 부족
지하철 연장운행 계획도 없어

"2년만에 회식하고 집에 가려니 택시가 안잡히네요" [현장르포]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른 사회적 거리두기가 전면 해제된 첫날. 서울 시민들은 또 다시 시작된 '택시 잡기 대란' 속에 귀가하지 못하고 밤 늦게까지 거리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코로나19로 승객이 급격히 감소하자 법인 택시기사들이 대거 그만둔 데 따른 여파다.

■"고속버스 막차 놓칠까 '발 동동'"

지난 18일 오후 11시40분께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인근에서 택시를 잡던 회사원 석모씨(35)는 연신 스마트폰의 택시 호출앱 화면만 바라봤다. 석씨는 "노량진에 가는데 20분 동안 택시가 잡히지 않는다"며 "충분히 일찍 나왔다고 생각했는데 아무래도 귀가하려는 사람들이 몰려 놓친거 같다"고 전했다. 석씨의 친구 박모씨(35) 또한 "구의동으로 가는 택시를 호출하는 중인데 '카카오 블랙'까지 감감 무소식이다"고 토로했다. 이날 삼각지역 7번 출구 인근에는 10명 안팎의 시민들이 택시 호출앱을 보며 동시에 지나가는 택시를 향해 다급히 손을 흔들고 있었다.

자정 가까운 시각, 용산구 남영역 인근도 상황은 비슷했다. 2년만에 회식을 했다는 김모씨(33)는 "부장님 택시가 잡히지 않아 내 차로 직접 모셔드리기로 했다"며 "잠실까지 대리비를 4만원이나 올리자 겨우 대리기사님이 잡혔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이 몰리는 강남역과 여의도역 인근 사정도 마찬가지였다.

손모씨(25)는 오후 11시30분께 서울 강남역 인근에서 택시를 잡지 못해 발을 동동 굴렀다. 그는 "일행이 고속버스터미널까지 제 시간에 가야 한다"며 "택시가 안 잡혀 큰 일"이라고 했다. 손씨는 일행과 함께 20여분째 강남역 일대를 오가며 택시를 잡은 끝에 택시 잡기에 성공했다. 손씨는 "막차는 놓치지 않겠다"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자정까지 지인들과 여의도에서 모임을 가진 박모씨(23)는 19일 자정이 넘은 시각 여의도역 인근에서 택시를 기다리다 40여분이 지나서야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밤 늦은 시각까지 회포를 푸는 시민들 덕분에 자영업자들의 얼굴은 밝아졌다. 남영역 인근 호프집 업주 박모씨(43)는 "자정까지 사람이 북적인 것이 오랜만인 것 같다"며 웃었다.

■코로나로 택시 기사들 빠져나가

좀처럼 겪기 어려웠던 택시대란이 다시 벌어진 원인은 택시 자체가 줄어서다.

이날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2월 전국 법인 택시 운전자 수는 7만4754명이다. 코로나19 확산 이전인 2019년 12월 기준 10만2320명에 비해 26.9% 감소한 수치다.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이동 인구가 줄어 택시 수입이 감소했다"며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지난해 연말 기준 전국적으로 택시 기사 26.3% 이상이 업계에서 빠져나간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30년 경력 택시기사 김모씨(52)는 "택시가 돈이 안 돼서 지금 길에 차가 없다"며 "다들 배달 오토바이를 타려는 추세"라고 말했다.


서울시 등이 야간 교통 대란을 해결하기 위해 대응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분간 택시대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가 심야 운행 '올빼미버스'를 당초 9개에서 14개로 확대했지만 3500명 추가 수송에 그치는 데다 서울교통공사도 서울지하철 연장 운행을 하지 않을 방침이기 때문이다.

공사 관계자는 "안전성 강화와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운행을 연장하지 않는 것으로 확정됐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