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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진단> 北 레드라인 침범 완성, 7차 핵실험 나설까

북한 전술유도무기 시험은 전술핵 개발 신호
단거리 탄도미사일, 소형 핵탄두 실험 가속화
北 '모라토리엄 파기 완성' '기정사실화' 전략
'전략핵'이어 '전술핵' 구축 레버리지 극대화
北 레드라인 넘어도 중·러 지원...제재 무력화

[파이낸셜뉴스]
<전문가 진단> 北 레드라인 침범 완성, 7차 핵실험 나설까
북한이 지난 16일 신형전술유도무기 시험발사를 진행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관영 선전매체들은 지난 16일 신형 전술유도무기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면서 "전술핵 운용의 효과성과 화력임무 다각화를 강화하는 데서 커다란 의의를 가진다"고 17일 보도했다.

국내외 미사일·군사관련 전문가들은 북한이 이러한 전술유도무기 체계를 언급한 데 대해 한국 등을 위협할 '소형 전술핵 개발의 신호'라고 진단했다.

전방에 배치할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핵무기 운반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경고로 추가 핵실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미사일 전문가인 반 밴 디펜 전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 담당 수석부차관보는 18일 VOA와 인터뷰에서 북한이 시험한 ‘신형 전술유도무기’를 장사정포 역할을 하는 단거리 탄도미사일로 분석했다.

북한이 공개한 사진과 성명 등으로 미뤄 볼 때 북한이 장사정포처럼 전방 지역에 배치할 수 있는 단거리탄도미사일(SRBM)을 시험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관련 북한 성명에서 이번에 처음으로 특정 미사일 체계를 ‘전술핵’과 연계해 언급한 것은 “분명히 정치적인 목적이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미국 미들베리 국제학연구소 제임스 마틴 비확산센터의 제프리 루이스 동아시아 국장은 “북한이 핵무기 운반이 가능한 신형 근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전략은 유사시 한국과 일본 주둔 미군에 사용할 수 있는 다수의 전술 핵무기를 보유하는 쪽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언 윌리엄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미사일 방어 프로젝트 부국장은 북한 당국이 공개한 사진을 토대로 초대형 로켓포나 근거리 탄도미사일(CRBM), 혹은 이들의 중간 영역에 있는 무기로 평가했다.

그러면서 발사대가 4개의 미사일 발사관을 갖춘 점으로 미뤄 ‘초대형 방사포’로 불리는 KN-25와 유사해 보이지만, 발사체 구경이 더욱 넓어 대형 탄두를 탑재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안킷 판다 미국 카네기국제평화재단(CEIP) 핵정책 담당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소형, 저위력 핵탄두 개발을 위한 추가 핵실험을 단행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이번에 새롭게 시험한 무기가 핵탄두를 운반하는 최초의 투발 수단 중 하나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러면서 이번 미사일의 성격에 대해서는 ‘장사정포 시스템’ 혹은 ‘근거리 탄도미사일’로 규정하는 것 모두 가능하다며 북한이 이번에 시험한 ‘신형전술유도무기'가 한국군이 운용하는 ‘전술지대유도무기(KTSSM)’와 유사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랜드연구소의 브루스 베넷 선임연구원은 북한이 미국 등 국제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 사태에 집중된 데 대해 불만족스럽게 생각하며 관심을 끌기 위한 정치적 목적으로 이 같은 시험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전문가 진단> 北 레드라인 침범 완성, 7차 핵실험 나설까
지난 4월 8일 북한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 입구 주변 위성 사진 분석. 이전에 없었던 새 구조물이 설치된 모습이 보인다. (ONN) 사진=뉴스1
북한이 7차 핵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탄력을 얻고 있는 이유와 배경에 대해 반길주 인하대학교 국제관계연구소 안보연구센터장은 "북한이 미국이 설정한 레드라인을 넘는 방법은 ICBM 발사와 핵실험"이라며 "그런데 전자는 이미 시행했기에 핵실험은 '모라토리엄 파기 완성'의 의미가 있다"고 풀이했다.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한다면 '레드라인 침범을 완성'하고 이를 '기정사실화'하는 전략적 이득을 동시에 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반 센터장은 두 번째는 "북한이 효용성 측면에서 완성에 이른 '전략핵무기'만으로는 민간 인프라를 포함, 상대방의 모든 인프라를 일거에 파괴할 수 있어 군사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긴 어렵다"라며 "북한은 군사적 효과의 극대화를 위해 '전술핵무기'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서는 '탄두 소형화와 함께 위력이 낮은 핵실험이 필요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반 센터장은 "전술핵탄두를 완성하면 'EMP 공격용'으로 사용할 수도 있고 '한국군의 전쟁지휘 인프라를 제거'하는 군사적 용도로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북한이 폭파 쇼를 진행했던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3번 갱도를 복구하는 정황이 인공위성 등으로 관측되는 이유는 전략핵탄두 실험이라기보다는 전술핵탄두 실험용이라는 해석이 타당하다는 해석이다.

반 센터장은 세 번째로 "지구촌 신냉전이 심화하면서 조성된 전략적 이점을 노려, 적시적으로 이용하려는 것"이라며 "북한은 유엔 안보리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상임이사국 중국과 동맹이며 러시아와도 밀월에 나서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최근 북한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두둔하고 나서는 것은 북한이 레드라인을 넘어도 러시아가 자국을 두둔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하겠다는 속내가 담겨있다. 북한은 자신들이 7차 핵실험 도발을 감행해도 중·러가 북한 입장을 대변해 유엔제재를 무력화할 수 있는 현재의 국제환경을 이용하겠다는 의도라는 것이다.

문제는 북한의 이러한 전략적 포석 하에 7차 핵실험 준비 정황에서조차 이를 저지하거나 혹은 북한의 행동을 제한시키는 데 있어 한국의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북한이 어떠한 도발을 해도 한국이 나서서 단독제재를 한다거나 북한이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인권문제로 맞대응을 하기는커녕 '이럴 때일수록 더 협력해야한다' '폭탄이 떨어져도 평화를 외쳐야 한다'는 식의 저자세·비현실적 대응이 일상화하면서 한국이 북한에 대한 레버리지를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새 정부는 7차 핵실험 우려를 계기로 대북한 레버리지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에 대한 복안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