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쑥떡을 먹고 사망한 동창생이 들어둔 59억원의 사망보험금 수령자로 지정된 50대 여성이 보험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으나 패소했다. 법원은 59억원의 사망보험금 수령자가 동창생으로 변경된 점이 석연치 않다고 판단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96단독 이백규 판사는 A씨가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A씨와 중학교 동창인 B씨는 자신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B씨에 대한 부검을 진행한 뒤 "B씨가 먹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쑥떡에 의해 기도 폐색이 생겼을 수도 있으나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사인 불명'으로 판정했다.
당시 A씨는 B씨가 가입한 사망보험 상품의 사망보험금 수령자로 지정돼 있었다. B씨가 4년간 가입한 사망보험 상품 개수는 20개, 사망 시 수령할 수 있는 보험금은 약 59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B씨가 순차적으로 보험상품에 가입하던 시기 B씨는 A씨 모친의 양녀로 입양되면서 52세 나이에 A씨와 자매지간이 됐다. 이 시기 B씨가 가입한 사망보험금 수령자도 모두 A씨로 변경됐다.
A씨는 "B씨가 쑥떡을 먹다가 질식해 사망했으므로 재해 사망에 따른 보험금 1억500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B씨의 사망보험계약이 보험금을 부정하게 취득할 목적으로 체결된 것이므로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B씨는 이 사건 보험계약 외에도 4년 동안 모두 16개 보험사와 20개의 보험계약을 체결해 월 보험료만 140여만원이고, 사망보험금 합계는 59억원에 이른다"며 "사망 이외에 별다른 보장이 없는 보장성 보험에서 별도의 법정상속인이 아닌 중학교 동창을 보험수익자로 지정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A씨가 이런 거액의 보험료를 매월 납부한다는 것은 B씨의 조기 사망을 확신하지 않는 경우 설명하기 어려운 행위"라며 "A씨는 B씨의 사망을 확인한 후에도 의심을 피하기 위해 보험금 59억원을 청구하지 않고 상당 기간 기다리면서 보험료를 꾸준히 납부하기도 했는데, 이 또한 상식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봤다.
경찰은 A씨가 B씨 사망 전 '독이 든 음식'을 조사해봤다는 이유 등으로 A씨에 대해 장기간 수사를 벌였지만, 지난해 12월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내사종결했다.
B씨 사망 사건은 유명 TV프로그램에서 거액의 보험금을 노린 타살 의심 사고로 소개되기도 했다.
A씨는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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