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조은효 특파원】 일본 정부가 전기차(EV)용 등에 사용되는 배터리 생산을 2030년까지 현재의 20배로 늘린다는 목표를 세우고, 배터리 산업 육성책에 나선다. 2015년 1위였던 세계 리튬이온 배터리 시장 점유율이 5년만에 반토막 나면서 중국, 한국에 크게 밀리자 정부 차원의 대규모 지원책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21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일본 경제산업성은 2030년 일본의 배터리 생산능력을 현재의 20배 수준인 600GWh(기가와트시)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설정하기로 했다. 배터리 산업은 전기차는 물론이고,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서도 필수다.
총 600GWh 가운데 일본 국내에서 150GWh, 해외에서 450GWh를 각각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차량용 배터리 제조 라인을 일본 내에 만드는 경우 6GWh 규모에 약 1000억엔(약 9600억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2030년 목표량을 달성하려면 10조엔(96조원)을 투자해야 한다.
이로 인해, 당초 우선순위로 설정했던 전고체 배터리 개발 지원도 리튬이온 배터리 지원책 다음의 후순위로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리튬이온 배터리의 시기가 상당기간 지속될 것이란 현실적 판단이 작용했다.
최근 5년새 일본기업의 배터리 시장 점유율은 급격히 줄어든 상태다. 2015년 차량용 배터리 점유율은 일본이 40%로 1위, 중국이 2위(32%), 한국이 3위(19%)였다. 5년이 지난 2020년에는 중국이 37%로 1위, 한국이 근소한 차이로 2위(36%)를 차지했으며 일본은 3위(21%)로 밀려났다.
순위 뿐만 아니라 점유율 자체가 반토막이 됐다. 일본 산업계는 물론이고 집권 여당인 자민당까지 이런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한·중 배터리 기업들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어, 이대로 놔뒀다가는 더욱 쪼그라들 수 있다는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반도체 꼴'이 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초부터 자민당 내 배터리 관련 산업진흥의원연맹(지난해 6월 발족)이 수조엔 규모의 지원책을 촉구하고 나섰다. 자민당 의원들은 "예산, 세제 개정 등 정부 정책과 산업계 사업 전략이 불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달 28일에는 일본 경제산업성이 배터리 산업 민관 협의회를 열어, 리튬이온 축전지 생산 기반 강화를 위한 투자 지원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대규모 수준의 보조금 확충이 전개될 전망이다.
아울러 리튬, 니켈 등 배터리 제조에 투입되는 희소금속 확보 강화 방안도 검토 중에 있다.
민간 기업이 이들 희소금속 확보를 위해 해외 광물자원 개발에 나설 경우, 정부의 출자 상한을 현재 최대 50%에서 100% 가까이 확대하는 것이 핵심골자다. 일본 정부는 늦어도 올여름까지는 배터리 산업전략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한편, 이런 위기감 속에 세계 배터리 점유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일본 파나소닉 홀딩스는 최근 2024년까지 3년간 전기차용 전지 사업, 에어컨 등 공조 시스템 등을 성장분야로 설정하고 총 4000억엔(약 3조87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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