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4년 차이코프스키 콩쿠르 입상자들. 앞줄 맨 오른쪽이 한국인으로 처음 2위에 입상한 피아니스트 정명훈이다. 사진=뉴스1
콩쿠르(Concours)란 프랑스어로 경연, 경쟁을 뜻한다. 음악·미술·무용·영화 등 다양한 예술분야의 콩쿠르가 있다. 음악에서는 쇼팽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흔히 '세계 3대 콩쿠르'라고 부른다.
세계 3대, 동양 최대 같은 수식어는 일본이 원산지다. 서양음악의 본고장에서는 그런 인식이나 표현을 찾아보기 힘들다. 콩쿠르마다 고유의 정체성이 있다. 개최 장소, 평가 방식, 참가곡 선정, 개최 연도 등이 다 다르다. 다양한 평가방식 때문에 예술가의 프로필에서 '1위 없는 2위' '공동 수상' 같은 대목이 자주 나타난다.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리는 쇼팽 콩쿠르는 피아노의 시인을 낳은 나라답게 피아노 한 분야에 특화된 피아니스트의 산실이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벨기에의 왕비 엘리자베스를 기리기 위해 브뤼셀에서 개최되는데 바이올린을 중심으로 피아노, 작곡, 성악 부문에서 경쟁한다. 차이콥스키 콩쿠르는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다. 성악, 바이올린, 첼로, 피아노, 목관악기, 금관악기 등 경연부문이 가장 많다.
국제음악콩쿠르의 연합체인 국제음악콩쿠르연맹(WFIMC)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하는 뜻에서 차이콥스키 콩쿠르를 퇴출시켰다. 117개 회원 콩쿠르를 보유한 WFIMC가 정치적 이유로 회원을 제명한 것은 처음이다. 서울국제음악콩쿠르와 통영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 제주국제관악콩쿠르 등 국내 3개 콩쿠르가 회원이다.
64년 역사를 가진 차이콥스키 콩쿠르의 영향력과 권위에 타격이 예상된다. 우리나라는 피아니스트 정명훈이 1974년 공동 2위에 올랐고, 바리톤 최현수가 1990년 남성 성악 부문에서 첫 우승했다.
2011년 소프라노 서선영, 베이스 박종민이 각각 남녀 성악 부문에서 동반우승한 이후 많은 입상자를 배출했다. 내년 6월 4년 만에 돌아오는 콩쿠르를 준비해온 음악인들에게 미칠 피해가 걱정이다. 무엇보다 콩쿠르의 선율이 포성에 묻히는 게 안타깝다.
joo@fnnews.com 노주석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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