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민주통합당 안건조정위 제도 도입
21대 국회 2년 동안 민주당,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 자리에 범여권 의원 끼워넣어 법안 통과
지난 20일 민형배 민주당 의원 '위장 탈당'까지
토론회를 주최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그린뉴딜 금융지원 특별법 제정 전문가 토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0.07.14.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다수 여당은 언제든지 거기(직권상정)에 의지해서 처리하고 밀어붙여서 일방 처리하는 유혹에 빠져들기가 쉽고, 소수 야당은 몸을 던져서라도 막을 수밖에 없는 그런 극한 대결이 쉽게 일어나고..."
2012년 당시 김진표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원내대표가 '국회선진화법' 도입과 관련해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 발언이다. 민주통합당은 당시 2012년 소수 야당으로서 거대 여당의 날치기 입법 처리를 방지하고 소수정당 의견을 반영하겠다며 안건조정위 제도 도입에 앞장섰다. 10년이 지난 21대 국회에서 거대 여당이 된 뒤에는 수차례 안건조정위를 '패싱'하는 강행 입법 처리에 적극 나서면서 돌변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개혁 입법 명분'을 내세웠지만, 반성 없이 불통 정치만 행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안건조정위는 정치적 견해차가 큰 법안에 대해 여야가 동수(각 3명)로 안건조정위를 구성해 최대 90일 동안 법안을 심사하는 제도다. 안건조정위 의결은 6명 중 4명이 찬성하면 가능한데, 여기서 의결되면 소위원회 의결 없이 곧바로 상임위 전체회의에 법안이 상정된다. 하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민주당은 안건조정위를 다른 정당의 의견을 무력화하는 틀로 이용해 비판을 받고 있다.
'검수완박' 법안의 법제사법위원회 안건조정위원회 회부가 임박한 가운데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2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원장실 앞에서 안건조정위 구성 등에 대한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2022.4.2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사진=뉴스1
21대 국회 2년 동안 각 상임위별 주요 안건조정위에서 민주당은 주로 야당 몫 안건조정위원 한 자리에 범여권 의원을 끼워넣는 방식을 썼다. 민주당 출신 무소속 의원이나 열린민주당·정의당 의원을 야당 몫 위원으로 배치해 법안 통과를 위한 비율을 맞춘 것이다.
첫 사례는 2020년 12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 제정 때다. 야당의 강한 반대에 법제사법위원회가 안건조정위를 구성했지만 회의는 70여분 만에 종료됐다. 안건조정위 야당 몫 위원 중 한 명은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이었다. 지난해 8월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에서도 문화체육관광위 안건조정위가 만들어졌지만 민주당 주도로 개정안은 일사천리로 의결됐다. 이번에는 야당 몫 의원은 김의겸 당시 열린민주당 의원이었다.
지난 20일엔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까지하며 충격을 안겼다. 박홍근 원내대표는 TBS 라디오에서 "다른 무소속이나 다른 정당 의원을 (사보임하려고) 섭외하고 있었는데, 박병석 의장이 '또다시 사보임하기에는 너무나 부담이 된다'고 했다"며 "그 상황을 간파한 민 의원이 '부득이 나라도 나서서 검찰 정상화 문제를 매듭짓겠다'는 의사를 표출했고, 저희도 고심하다가 수용했다"고 설명했다.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예정된 회의에 검찰국장 등 관계자들이 출석해 개회를 기다리고 있다. (공동취재) 2022.4.20/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사진=뉴스1
여야 모두 법사위에서 이번 주에만 네 차례 사보임하는 촌극도 벌어졌다. 국민의힘이 지난 18일 한기호(52년생) 의원을 법사위로 사보임하자 민주당은 곧바로 김진표(47년생) 의원을 새로 합류시켰다. 국회 관례상 연장자가 안건조정위원장을 맡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연이은 '꼼수'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비대위원인 이소영 의원은 21일 당 소속 의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검수완박 입법을 위해 민형배 의원이 탈당한 것에 대해 "너무나 명백한 편법"이라며 "우리가 만든 법의 취지를 훼손하고 편법을 강행하는 건 옳지 않다"고 했다. 이재명 고문의 최측근인 김병욱 의원도 "그동안 우리 당이 비판받아온 내로남불정치, 기득권정치, 꼼수정치 등 모든 비판을 함축하는 부적절한 행위"라고 했다.
rejune1112@fnnews.com 김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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