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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팜유 국제가격 급등과 우크라이나 사태로 '식용유 파동'을 겪는 인도네시아가 오는 28일부터 식용유 및 식용유 원료물질 수출 중단을 결정했다. 전세계 팜유 수출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인도네시아의 수출 중단 결정이 가뜩이나 치솟는 식량 인플레이션에 기름을 부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23일 인도네시아 대통령궁에 따르면 조코 위도도 대통령은 전날 밤 "국민의 필수품, 특히 식용유에 관한 회의를 주재한 결과 28일부터 식용유와 식용유 원료물질 수출을 추후 고지할 때까지 금지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인도네시아 내 식용유가 저렴한 가격에 충분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이번 정책 시행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평가하겠다"고 밝혔다.
이 소식에 팜유, 대두유, 유채씨유, 해바라기씨유 등 대체 식물성 유지 가격이 일제히 급등했다. 이날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서 대두유 가격은 전거래일 대비 4.5% 급등한 파운드당 83.21센트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도 솔벤트추출협회(SEA)의 아툴 차투르베디 회장은 "이번 발표는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라며 "인도와 전세계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최대 팜유 수출국인 인도네시아는 전세계 팜유시장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팜유는 팜 나무의 열매를 쪄서 압축 채유해 만든 식물성 유지로 식용유, 가공식품 제조에 쓰이는 것은 물론 화장품, 세제, 바이오디젤 등의 원료로 들어간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팜유 국제가격 상승에 이어 올해 우크라이나 사태로 값이 더 오르자 생산업자들이 수출에 집중하면서 내수시장의 식용유값이 오르고 품귀 현상이 벌어졌다.
해바라기씨유 수출 1, 2위 국가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쟁으로 수출에 차질을 빚으면서 팜유를 포함한 식물성 유지의 국제 가격은 최근 가파르게 치솟았다.
해바라기씨유는 우크라이나가 전세계 생산의 절반가량(49.6%)을 담당한다.
이곳에서 생산된 해바라기씨유 중 76% 이상이 흑해를 거쳐 전세계로 수출되는데, 러시아의 침공 이후 마리우폴,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의 주요 항구도시에서 벌어진 격전으로 인해 운송이 일체 중단됐다.
유채씨유나 대두유 등 다른 대체 식물성 유지 역시 아르헨티나, 브라질, 캐나다 등 수출국 가뭄으로 수급이 여의치 않다.
미국과 캐나다가 식물성 바이오연료 수요 급증에 대비해 대두유 및 카놀라유 생산 공장을 신규로 열 예정이지만 실제 가동하기까지는 수년이 걸려 당장 발등의 불을 끌 수 없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식용유 가격은 민심과 직결돼있다. 인도네시아인들이 나시고랭(볶음밥), 미고랭(볶음면) 등 볶거나 튀긴 음식을 선호하기 때문에 필수재나 다름없다.
현재 인도네시아 식용유 소매 가격은 리터당 평균 2만6436루피아(1.84달러)로 올들어 40% 넘게 올랐다. 일부 지방에서는 지난달에만 식용유 소매 가격이 두 배 가까이 뛰었다.
이에 인도네시아 전역에서 높은 식용유 가격에 항의하는 학생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식용유 파동'에 대응해 내수시장 공급의무 신설 등 여러 정책을 내놨다가 결국 원점으로 돌리고, 수출세와 부담금을 늘려 그 돈으로 내수시장 식용유값에 보조금을 지급해왔다.
그래도 정책이 별 다른 효과를 보이지 못하자 식용유와 원료물질 수출 중단이라는 결정을 내리게 됐다.
유지 수출 중단 결정은 인도네시아가 처음은 아니다. 세계 1위 콩가공 수출국인 아르헨티나는 지난 3월 중순 대두유와 밀 수출을 일시 중단하고 수출세율을 종전 31%에서 33%로 인상한 바 있다.
한편 인도네시아 정부는 식용유 파동이 일어난 배경에 대해 수출업체 및 무역부에 대한 수사를 벌이고 있다.
조코위 대통령은 정부가 '식용유 파동'을 안정시키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음에도 효과가 없는 것은 누군가 시장에서 '게임'을 하고 있다는 뜻이라며 누가 게임을 벌이는지 철저히 수사하라고 지시했다.
현지 검찰은 팜유 수출업체가 내수공급 의무를 지키지 않았음에도 무역부에서 수출 허가를 내준 증거를 확보했다며 무역부 고위 관리 1명과 팜유 회사 임원 3명을 체포하고 수사를 확대하는 중이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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