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수출 아닌 외화획득 용역도 '영세율' 적용 가능
Q.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달 컨설팅 회사 재무부서로 이직했다. 10년 가까이 국내 고객사와의 거래만 있던 회사에서 회계·세무 업무만 담당했으나, 자리를 옮긴 회사는 외국 고객사 거래가 대부분이었다. 업무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인수인계 과정에서 예전 자료를 살피다 보니 부가세 신고 항목 중 10%가 아닌 0% 세율을 적용 받는 것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국내에서 제공된 컨설팅 서비스임에도 과세되지 않는다는 점에 당황했다. 회계사 친구 B씨는 이에 대해 외화획득 요건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가능한 일이라고 답변해줬다. 당장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부가세 신고를 어떻게 해야할 지 A씨는 걱정이다.
A. 딜로이트 안진회계법인에 따르면 부가가치세는 사업자 과세 대상 매출액(공급가액)에 세율 10%를 적용해 계산한 '매출세액'에서 해당 사업자가 매입 시 부담한 부가가치세액인 '매입세액'을 차감해 계산한다. 이때 영세율은 부가가치세 매출세액에 0%(영의 세율)가 적용되는 것이다. 매출세액만 '0'이 되고 매입세액은 환급받을 수 있는 셈으로, 실제 부가가치세 부담을 지지 않은 강력한 세제 혜택이다.
이 같은 영세율은 대표적으로 수출품에 적용된다. 수출국과 수입국에서 각각 부가가치세를 과세하면 이중과세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물품 소비국에서 부가가치세를 부과하고, 수출국에서는 이를 면제하는 방식이 사용된다. 유사하게, 국외에서 제공되는 서비스 혹은 선박·항공기의 외국항행용역이나 외화 획득 목적의 용역, 국가 지원 사업 등에도 영세율을 적용하고 있다.
이용현 딜로이트 안진 파트너는 "외화획득 용역은 국외가 아닌 국내에서 제공된 재화나 서비스 거래임에도 일정한 요건을 만족하면 영세율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며 "A씨가 확인한 사례도 외국법인 및 비거주자에게 제공하는 외화획득 용역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영세율 적용을 받기 위해선 몇몇 요건을 맞춰야 한다. 우선 용역 제공 대가로 외화를 획득한 사실이 인정돼야 한다. 다음으로는 해당 용역을 공급받은 고객사가 국내 사업장을 가지고 있지 않은 외국법인이나 외국인이어야 한다. 만약 거래 상대가 국내 사업장이 있다면 외국법인이나 비거주자와 직접 계약을 체결했다는 사실을 증명해야 한다.
이들 조건을 만족했어도 모든 업종에 영세율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전문·과학 및 서비스업, 사업지원 및 임대서비스업 중 무형재산권 임대법, 통신업, 정보통신업 중 뉴스 제공업, 영상·오디오 기록물 제작 및 배급업, 컨테이너 수리업, 보세구역 내 보관 및 창고업, 상품 중개업 및 전자상거래 소매 중개업, 투자자문업, 교육 서비스업, 보건업 등에 한정된다. 지난 2002년부터 기존 배제 업종을 명시하던 방식에서 허용 업종을 열거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용현 파트너는 "국내 거래에 대해 영세율을 적용하는 일은 과세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제한을 두기 위해서 이 같은 방식을 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개정 직후에는 허용 업종이 많이 않았으나, 차차 추가돼 현재는 꽤 많아졌다"고 짚었다.
이들 업종의 구체적 사업 내용은 한국표준산업분류표에 의거하므로 이를 확인하면 된다. 이용현 파트너는 "가령 경영컨설팅업은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 전문·과학 및 기술서비스업으로 편입돼있으며, '다른 사업체에게 사업 경영 문제에 관해 자문 및 지원하는 산업활동'으로 규정돼있으니 이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주의할 점도 있다. 용역 종류에 따라 하나의 조건이 추가로 붙을 수 있다.
'상호주의'라는 사항인데, 이는 용역을 제공받는 해당 외국법인 및 비거주자의 국가에서 우리나라 내국법인 및 거주자에 대해 동일하게 부가가치세를 면세하는 경우에 한해 우리나라에서도 영세율을 적용해준다는 뜻이다.
외국환은행이 발급하는 외화입금증명서 및 현행 법령 등 해당국에서 내국법인 및 거주자에 대해 동일하게 면세한다는 사실을 입증할 서류도 잘 챙겨야 한다.
딜로이트안진 전문가와의 상담 내용을 바탕으로 한 [세무 재테크 Q&A] 기사는 매월 넷째 주 연재됩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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