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돈산업은 앞으로 끝이 안 보인다고 볼 수 있죠. 절벽이에요 절벽."
강원도에서 16년 넘게 양돈 농가를 해온 배상건씨(60)는 한숨을 쉬며 이같이 말했다. 배씨는 "외환위기 당시 사룟값이 50%까지 오른적도 있지만 지금은 끝이 안 보인다는 게 그때와 다르다"며 "지금은 곡물 작황도 불안해 사료가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 곡물 가격 폭등으로 사료비 부담을 지는 축산 농가도 손실을 면치 못하고 있다.
시카고선물 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2일 기준 대두는 t당 631달러, 옥수수는 t당 312달러에 거래됐다. 지난해 1월 4일 기준 대두가 t당 482달러, 옥수수가 t당 190달러에 거래된 데 비해 각각 30.9%, 60.2% 오른 수치다.
이에 따라 사룟값도 덩달아 올랐다. 대한한돈협회에서 양돈 조합 3곳, 농협사료, 일반 사료업체 8곳 등을 조사한 결과 전년 대비 사룟값이 ㎏당 평균 151.2원 인상되면서 비육돈 생산비는 같은 기간 두당 5만9107원(670원/㎏)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돼지는 위가 한 개인 단위동물이어서 곡물 사료밖에 먹지 않아 영향이 크다.
경기도 포천시에서 30년 넘게 돼지를 키운 최영길씨(55)는 "돼지 4000여마리를 키우는데 한 달에 사료 250t은 쓴다"며 "최근 매달 3000여만원씩 손해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판매용 돼지는 규격 무게 기준에 맞춰야 한다. 따라서 사룟값이 낮아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파는 것은 불가능하다. 배씨는 "돼지는 일주일만 지나도 5㎏씩 커진다"며 "예를 들어 무게 기준이 115㎏일 때 120㎏까지 크면 아예 상품 가치가 없어지니까 손해를 보면서도 울며 겨자먹기로 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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