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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남해해경청 특공대 이태훈 대장 “우리가 대한해협의 수호자”

[인터뷰] 남해해경청 특공대 이태훈 대장 “우리가 대한해협의 수호자”
▲대테러 전술 등 대한해협권 특수임무를 수행하는 남해해양경찰청 소속 특공대 이태훈 대장(가운데)과 특공대원들의 모습. 기자 촬영

【파이낸셜뉴스 부산】 군이나 경찰 소속의 최정예 현역 대원을 초청해 최고의 실력을 가리는 한 밀리터리 서바이벌 TV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으면서 특공대원에 대한 관심이 높다.

동북아의 관문이자 다양한 국제회의가 열리는 부산에는 남해해양경찰청 특공대(SSAT)가 바다와 육지를 수호하고 있다. 비단 부산뿐만 아니라 남해청 특공대의 활동 반경은 크게 대한해협 전역을 작전 범위로 삼는다.

막연히 국민의 안전과 해양 주권을 지키는 임무를 수행한다고는 하나 잘 알려지지 않은 남해청 특공대원들의 이야기를 이태훈 대장(경감)을 만나 들어봤다.

―남해청 특공대를 소개해달라.

▲ 저희 특공대는 2003년 부산기동대로 시작해 현재 남해청 특공대로 편재돼 있고 전술 3팀과 1개 행정팀으로 구성되어 있다. 대원들은 각 팀별로 폭발물처리요원(EOD)을 두고 있다. 지난 2021년 부산 영도에 독립청사를 건립하고 약 500평 면적의 타워훈련장, 실내사격장, 전술훈련장을 갖춘 훈련시설에서 대원들이 대테러와 같은 강력범죄 진압을 위한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대원들의 하루 일과가 궁금하다.

▲대원들은 3교대 24시간 근무 후 48시간 비번 체제로 하며 표준 일과표에 따라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오전에는 주로 전략과 전술토의를 통해 모의훈련을 실시하고 오후에는 상황 유형별로 실전과 같은 상황을 가정해 일정한 반복 훈련을 숙달을 시킨다.

특공대원들은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을 능수능란하게 대처하기 위해 항상 준비하고 있다. 특히 훈련시간을 제외하면 나머지 시간에는 팀워크를 키울 수 있는 활동을 많이 가진다. 팀원들 사이에는 가족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에 서로의 눈빛 교환만으로 마음을 읽을 수 있을 만큼 형제나 다름없는 동료 사이를 유지하고 있다.

―평소 체력 단련은 어떻게 하나
▲임무상 대원들의 체력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작전에 나갈 때 대원들이 착용하는 장비 무게만 해도 25kg이 넘는다. 작전은 보통 하루 6시간에서 24시간 이상 걸릴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상황을 대비해 항상 체력을 유지하고 있다. 거기다 잠수능력도 갖춰야 해서 대원들 대부분 술과 담배를 거의 하지 않는다. 기본적인 운동은 매한가지지만 팀원들이 함께 하는 운동은 크로스핏이 있다.

―전술 훈련은 어떻게 진행되나.

▲우선 대테러 전술사격, 해상사격, 레펠, 선박 내부 전술훈련 등의 훈련 프로그램이 있다. 우리 해경이 정말 좋은 점은 가장 최신의 해외 전술교리나 장비를 굉장히 빨리 받아들인다. 단순히 보여주기식 훈련이 아니라 한 10년 전부터 실전과 같은 시나리오를 가지고 롤플레잉(Role-playing) 훈련을 하고 있다. 가상 연기자를 섭외해서 피격을 당하거나 피를 흘리는 모습도 연출한다.

최근 국제적으로 테러의 양상이 크게 변하고 있다. 과거에는 ‘하드 타깃(Hard target)’이라고 해서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있지만, 근래에는 맹목적 테러로 뚜렷한 목표 없이 테러가 자행되고 있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사이버테러이라든지 드론이라든지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무기로 활용하는 사례가 일어날 수 있기 때문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특히 우리 특공대에서는 드론을 이용한 테러 상황에 적극 대비하고 있다. 드론은 사전 정찰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만, 반대로 테러분자들이 드론에 폭발물을 실어 선박이나 특정 시설에 공격을 할 수도 있다. 그래서 드론을 무력화할 수 있는 ‘안티 드론(Anti-Drone)’ 체제가 중요하다. 해경에서는 한 3년 전에 제가 강력히 주장해 장비를 도입하고 대응체제를 갖추고 있다.

―기억에 남는 실제 작전 사례가 있나.

▲2018년 5월 부산 감천항에서 선박수리비를 내지 않고 도주한 러시아 선박이 있었다. 그런데 이 선박이 일본 영해로 들어가기 전에 빨리 잡아야 했다. 당시 기상도 좋지 않았고 선원들이 아주 강하게 저항해 매우 위험했다.

선원들은 헬기가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물대포로 저항했다. 이때 만약 헬기가 이상을 일으키면 그대로 추락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마디로 달리는 차량에 저항을 뚫고 들어가는 것이라고 보면 된다. 다행히 대원 세 명이 침투에 성공했고, 결국 몸싸움을 벌이다 위협사격을 끝에 진압에 성공했다.

―특공대원이 되려면 혹독한 실기시험을 통과해야 한다고 들었다. 어떤 과정이 있나.

▲ 우리 특공대원들은 대부분 군 특전사, UDT 등 특수부대 출신들이 많다. 이외에도 관련 업무 경력이 있거나 학력 조건을 갖추면 시험을 응시할 수 있다. 실기시험은 기초체력, 수영·잠수 능력을 통해 1차 과정을 거치고 2차 필기시험을 치른다. 총 8과목의 실기시험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체력시험을 통과했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턱걸이 30개는 기본이며, 100m 자유형 종목은 실제 수영선수의 기록을 만점 기준으로 삼아 1분 10초 안에 들어와야 한다. 응시자 대부분이 이 안에 들어오기 때문에 체력시험에서 거의 만점을 받지 않으면 합격하기 힘들다. 현재까진 여성대원은 없었는데, 올해 합격자가 나오길 기대하고 있다.

―특수한 직업군이기 때문에 자주 듣는 질문이 있을 것 같다.

▲대테러 임무를 맡고 있다 보니까 간혹 군부대로 오해하는 분들이 있다. ‘너희 부대는 어떻냐’ 이런 식의 질문을 자주 받는다. 저희들은 경찰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경찰이며, 대테러 임무를 맡고 있는 특수부서다. 가령 특공대 청사를 청학동으로 이전할 때 우여곡절이 있었다. 일부 주민들이 반대를 했는데, 그때 자주 들었던 이야기가 뭐냐면 ‘군부대가 들어와 수류탄 터지고 그러면 어떡하냐‘였다.

그래서 이러한 오해를 풀어주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고 지금은 주민들이 아주 좋아한다. 올 6월에는 실내 체육관 공사에 들어간다. 현재 운동장과 체육시설을 개방하고 있고 실내 체육관까지 주민들에게 개방할 예정이다.

―대원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우리 대원들에게 항상 강조하는 것은 가정의 안정이다. 가정이 화목하지 않으면 직장 업무가 어렵다. 부부싸움을 하면 빨리 화해하라고 한다.
아니면 차라리 휴가를 가라고 권유하기도 한다. 특공대는 당장 내일 작전을 떠날지도 모른다. 내 안전과 동료의 안전까지 지키기 위해선 가정의 화목이 제일 중요하다고 당부하고 있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