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완료까지 곳곳 지뢰밭
여야 관할·임명권 신경전 불보듯
공수처·경찰과 역할 분담도 난제
검사 수사지휘권 부활 목소리도
野, 헌재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
"검찰의 시대는 갔다."
기소권과 수사권을 쥐고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던 검찰의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검찰의 사활을 건 반발에도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을 강행 처리 수순을 밟으면서 검찰의 수사권 박탈은 기정사실이 됐다. 검찰의 수사·기소권이 완전 분리되면 현행 형사사법체계는 70여년 만에 대변화를 맞는다.
■檢 수사권 박탈 초읽기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른바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형사소송법·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일반 범죄와 중요 범죄 수사는 경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이 전담하고 검찰에게는 보완수사와 공소제기·유지 권한만 남겨진다. 물론 향후 1년 6개월 간 검찰은 2대 범죄(부패, 경제)에 한해 직접 수사가 가능하나, 한시적 역할이다.
수십년간 형사사법체계 개편의 '뜨거운 감자'였던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가 이렇게 일단락되고 있으나, 법조계 안팎에서는 비판 섞인 우려가 상당하다.
가장 큰 이유는 후속 조치의 미흡이다. 검찰의 수사권을 이양받는 신생 중수청은 현재 '한국형 FBI'가 될 것이라는 것 외, 그 조직과 역할, 설립 과정 등이 윤곽 조차 잡히지 않은 상태다.
법안이 처리되면 여야는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열어 중수청 관련 입법에 돌입한다. 6개월 내 중수처 입법을 완료하고 1년 내 출범하는 대략적인 로드맵은 정해졌으나, 출범 완료까지는 곳곳이 지뢰밭이다.
중수청 관할을 어느 부처로 할 것인지, 중수청장 임명권은 누가 쥘 것인지 등을 두고 여야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데다, 공수처와 경찰 그리고 중수청 간 역할 분담도 난제다.
중수청 조직에 검사 합류 여부도 쟁점이다. 중수청으로 수사 역량을 모을 경우 주요 범죄 수사 경험을 쌓은 검사를 배제하기 어렵지만, 이 경우 '검수완박' 입법 취지는 사실상 사라진다. 그렇다고 제도적으로 검사를 완전 배제하면, 수사 역량 논란은 불 보듯 뻔하다.
검찰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을 견제하겠다며 즉흥적으로 제도를 수정하니 공수처, 중수청 등 수사기관이 중구난방이 되고 있다"며 "검찰 수사권 폐지와 중수청 설립이 한 번에 이뤄져야 수사 공백을 줄일텐데, 우선 수사권부터 뺏고 보자는 식이니 비판이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수청, 70년 檢역량 따라잡겠나"
중수청이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수사 역량을 갖출지는 사실 미지수다. '검수완박'에 반발해 사표를 낸 김오수 검찰총장도 "갓 출범한 중수청이 70년 역사의 검찰수사 역량을 따라 잡겠나. 필시 수사 공백이 생길 것"이라고 직격했다.
결국 안착까지 상당한 시간과 비용, 시행착오를 겪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공수처다. 검찰 개혁이라는 명분 하에 출범한 공수처는 그 시작부터 수사 역량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검찰 견제 위해 검사를 최대한 배제한 결과, 출범 1년 만에 '역량 부족'이라는 꼬리표만 달았다.
막강한 권한을 나눠가지는 경찰과 중수청을 견제하기 위해 검사의 수사지휘권 부활 문제도 중수청 출범에 또 다른 난제로 작용할 전망이다.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검경 수사권이 조정되면서 66년 만에 폐지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검수완박' 국면에서 경찰과 중수청 견제를 위해 복원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갖가지 쟁점들이 제대로 합의되지 못한다면 검찰의 수사권 박탈이 아예 백지화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6개월 시한 안에서 입법 과정이 순탄치 않거나, 민주당이 의석수를 앞세워 밀어붙인다고 하더라도 5월 취임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
한편, 국민의힘이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 신청을 하면서 이 법안의 위헌을 두고 본격적인 심판도 시작됐다. 검찰 역시 법안 통과 이후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해 헌재에서 다퉈보겠다는 뜻을 비춘 바 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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