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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전증 및 색전증 예방, '까치발' 운동, 연어 섭취 도움

혈전증 및 색전증 예방, '까치발' 운동, 연어 섭취 도움

[파이낸셜뉴스] 인체는 약 5ℓ의 혈액이 온 몸을 순환하면서 생명유지와 신진대사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한다. 심장이 혈액을 돌리는 제1의 펌프라면 종아리는 심장에서 보내온 혈액을 다시 심장으로 올려보내는 보조펌프 역할을 한다.

종아리근육이 약하거나 하지정맥류와 같은 질환, 하지정맥 판막의 기능저하 등이 나타나면 혈액의 일부가 미처 심장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다리에 고이게 된다. 혈액이 고이면 다리의 심부정맥에 혈전을 생성하고 이것이 폐동맥을 막으면 폐색전증이 된다.

지난해 코로나19 백신 접종 초기에 많은 사람이 염려했던 게 특발성 혈전 생성 부작용이었다. 혈전증은 크게 동맥혈전증과 정맥혈전증으로 나뉜다.

비교적 혈류 흐름이 빠른 동맥은 혈액이 쉽게 정체되지 않아 혈전이 생성되기 어렵다. 반면 정맥은 노화나 바르지 못한 생활습관, 하지정맥류, 한 자세를 오래 취하는 직업 등으로 인해 혈액이 쉽게 정체돼 혈전증이 나타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정맥은 크게 피부 바로 아래에 위치하는 표재정맥, 넓적다리(허벅지)나 골반 속에 둘러 쌓여 있는 심부정맥, 이 둘은 연결하는 교통정맥으로 나뉜다. 가장 큰 문제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심부정맥으로 다리가 수시로 붓고 저린 것이 대표적인 증상이다.

심부정맥에서 생긴 혈전이 폐 혈관을 막으면 폐색전증을 초래해 자칫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종아리가 붓기 시작해 저림 증상이 나타나는 게 그 시작이 되는 증후일 수 있다. 질병으로 오랫동안 침대에 누워 있으면 이 때 생긴 혈전이 심부정맥을 거쳐 폐동맥을 막을 수 있다.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은 "흔히 피떡(혈전)이 있다고 진단받은 환자나 가족은 생명의 위협을 무시하거나 느끼지 못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뇌졸중, 심근경색, 폐색전증 등으로 돌연사할 가능성이 있는 심각한 상황임을 인식하고 혈전이 생성되지 않도록 예방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혈전증 및 색전증 위험군은 우선 오랜 시간 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장시간 비행기 여행이나 자동차 운전을 삼가야 한다. 고령자, 비만인, 골절환자, 오래 앉아서 근무하는 직업군 등은 고정된 자리에서 벗어나 수시로 발과 다리를 움직여 혈액이 정체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혈전증은 종아리를 비롯한 하지근육을 규칙적으로 움직이는 운동만으로도 상당한 예방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버스를 타거나 줄을 기다릴 때 오래 서 있어야 한다면 '까치발' 운동을 틈틈이 시행하는 게 좋다. 발뒤꿈치를 들어 발가락으로 몸을 지탱하는 동작은 종아리근육에 건강한 자극을 줘 혈액순환이 원활해지도록 도움을 준다.

탈수 증상은 혈액순환을 방해하는 가장 큰 위협요인이기 때문에 수시로 물을 보충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음식으로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부한 연어, 고등어, 꽁치 등 등푸른 생선을 적절하게 섭취하는 게 권장된다. 특히 연어는 오메가3와 비타민 D, E 등이 고루 들어 있다. 레드비트는 혈관확장제로 활용되는 질산염과 혈전 예방에 도움되는 베타인을 함유해 꾸준히 섭취하면 도움이 된다. 혈관의 산화적 손상을 막는 코엔자임Q10은 연어, 닭고기 흰살, 땅콩, 브로콜리, 오렌지, 시금치에 많다.

만약 폐색전증의 증후가 보이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 갑작스러운 호흡곤란과 기침이나 가래, 미열, 심장 박동의 빨라짐, 가슴통증 등은 판단의 단서다. 때로는 뚜렷한 증상 없이 흉부의 불편감, 저산소증 정도만 나타나 진단이 어렵다.
만일 갑작스럽게 호흡곤란이 나타나고, 실신과 함께 청색증이 발생하며 입술과 손톱 등이 파랗게 변한다면 폐색전증을 의심하고 1분 1초라도 빠르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하지정맥류 등 혈관성형외과 전문가인 심영기 원장은 "심장에서 가장 거리가 먼 하지정맥에 혈전이 상대적으로 잘 생기기 마련"이라며 "한 자세를 오래 취하는 직업인 외에도 장기 흡연자, 장기 피임약 복용자 등이 탄력이 저하된 혈관을 갖고 있어 혈전 위험이 높으므로 꾸준한 운동이나 스트레칭, 식이요법으로 예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지정맥류를 이미 진단받은 환자는 발병 가능성이 더 높기 때문에 경각심을 갖고 알맞은 시기에 정확한 진단에 따른 맞춤치료가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