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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 다가와도 마른 눈물 흘리는 백신 피해 가족들…”심리 지원 필요"

엔데믹 다가와도 마른 눈물 흘리는 백신 피해 가족들…”심리 지원 필요"
지난달 29일 방문한 서울 청계광장 인근의 코로나19백신피해자협의회 측 분향소 내부 /사진=박지연기자

[파이낸셜뉴스] 실외 마스크 의무화 해제 등 대대적인 거리두기 완화에도 백신 부작용 피해 유가족들은 더딘 인과성 입증 탓에 마른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에 대해 코로나19로 가족을 떠나 보낸 유가족에 대한 심리 방역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들 잃고 눈물로 수 개월
2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최근 예방접종 피해조사반 등이 심사한 사망 심사 1624건 중 인과성 인정 건수는 3건에 그친다. 중증 이상 반응 심사 1653건 가운데 인과성을 인정한 사례 역시 12건에 불과하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등에 따르면 백신 피해 가족들은 더딘 인과성 입증 탓에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30일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백신 희생자 단체 연합 추모제에서 만난 김순영씨(가명)는 지난해 12월 생때같은 대학생 아들 A씨(23)를 하루 아침에 떠나 보냈다. 울산에 살던 김씨는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 후 서울 자취방에서 홀로 눈을 감은 아들의 마지막을 지키지 못했다.

김씨는 "평소 헬스장에서 운동을 즐겨 할 만큼 건강한 아이였지만 부검 소견서에는 '심각한 부정맥'으로 기재돼 있었다"라며 "지난해 여름 군 복무를 마친 뒤 좋은 날만 남은 줄 알았는데 (아들의 죽음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다"라며 울음을 터뜨렸다.

아들이 떠난 뒤 4개월 넘게 집 밖을 나오지 못한 김씨는 "부검을 하는 데에만 두 달 넘게 걸렸다. 보상 심의 결과가 나오기까지도 수 개월이 걸린다고 한다"며 "울분을 토할 곳이 필요해 홀로 검색을 하다가 울산에서 이 곳까지 오게 됐다. 피해 가족들끼리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백신 피해 가족들은 피해보상 심의 결과가 나와도 인과성 인정 범위가 좁은 탓에 두 번 속앓이를 한다고 호소했다.

코백회는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코로나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에 반발하며 "백신 피해 인과성을 인정 범위에 대한 개선이 없는 한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8월 백신 2차 접종 이후 두 달 만에 고등학생 아들을 떠나 보낸 장성철 코백회 부회장은 "부검의가 백신 부작용 의심 소견을 제출해도 소견서가 도착하기도 전에 질병청에서 인과성이 없단 판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라며 "인과성 입증이 복잡하고 장기간 소요되는 탓에 유가족들은 이중고를 겪는다"고 설명했다.

심리방역 시급..'복합성 애도' 장기화 막아야
이에 백신 부작용 피해 유가족의 정신적 트라우마를 치료할 심리 방역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장 부회장은 "유가족 대다수는 우울증을 겪거나 본인도 모르게 심리상태가 급격히 변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 만큼 사회적 문제로 번지기 전에 이들에 대한 심리 지원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진표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코로나19 등으로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들이 수 개월이 지나도 고통스러운 감정을 겪는 것은 복합성 애도(Complicated Grief) 상태에 놓여 과거의 부정적 기억 등이 지속되기 때문"이라며 "이러한 상태의 장기화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가족을 떠나 보내고 남은 가족들의 정신적 피해에 대해 관심을 갖고 상담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