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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기업·지자체 연계 인재 양성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지방이 무너진다]

(下) 전문가 지상좌담
기업 활동하기 좋은 제도 만들고
지역 특성 맞는 특화산업 키워야
대학도 IT·신산업 교육과정 확대

"대학·기업·지자체 연계 인재 양성 선순환 구조 만들어야" [지방이 무너진다]
지방소멸이 가속화된 이유에는 단순히 일자리의 양적 부족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왔다. 수도권 집중 현상은 IT기업들이 인재를 구하기 위해 수도권으로 이주하면서 지방의 일자리 부족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생겨서다. 전문가들은 사람들이 살 만한 환경을 만들어 기업도 함께 유치되는 대학·기업·지자체 연계 구조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파이낸셜뉴스가 지방 균형 발전과 관련된 학계와 연구원을 대상으로 준비한 가상 좌담회에서 이 같은 진단이 나왔다. 이번 좌담회에는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이상호 한국고용정보원 일자리사업평가센터장, 박승규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균형발전실장이 응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수도권으로 인구가 집중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성태윤=일자리, 생활 수준, 사회적인 인프라 등이 갖춰진 수도권으로 꾸준히 인구가 유입됐다. 일부 공공부문을 제외하곤 민간부문에서 나온 양질의 일자리 대부분은 수도권에 집중됐다.

▲이병훈=1960~1970년대부터 수도권 중심의 구조가 고착돼서 현재 정치적 권력 뿐만 아니라 경제·사회·문화·교육 등등 전반적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특히 젊은 사람들한테는 일자리 기회만 아니라 문화생활, 가정 형성 등 여러 동기가 맞물리면서 수도권 과밀이 심화되고 있다.

▲이상호=제일 중요한 건 일자리 문제. 경기적인 요인 및 산업·기술 등 구조적 요인으로 지역의 일자리 위기가 시작됐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과 글로벌 구조조정이 발생하고 산업 구조가 전환돼 영남 공업지역 등 지역에 있는 생산 공장들 중심으로 구조조정이 많이 발생했다.

―각 지방자치단체(지자체)들의 주민 유치 정책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성태윤=지자체들은 기업에 단순히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게 아니라 제도적인 제약을 줄여 자유롭게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 기업이 활동하다 보면 민원이 생길 수 있는데 지자체에서 이를 해결하면서 비합리적인 규제로 기업에 부담을 전가하는 경우가 많다.

▲이병훈=기업에 세제 혜택을 주는 정책은 필요하지만 재원으로 사람을 유인하기보다도 지역에 입주함으로 기업들이 이점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인재 중심 정책으로 바꿔야 한다.

▲이상호=인구를 유치하기 위한 다양한 지역의 전반적인 매력을 키워 지역을 살기 좋게 만들어야 한다. 일자리, 교육 환경, 지역 문화 등 다양한 측면이 있을 것이다.

▲박승규=지역마다 수익이 큰 자동차 산업 등 산업을 유치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그 대신 지역 특성에 맞는 특화 산업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플랫폼 기업 등 새로운 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무엇일까?

▲이병훈=플랫폼 기업은 수도권 중심으로 엔지니어 등 인재를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스웨덴의 말뫼 등 서구의 부활된 혁신도시를 보면 바이오, 디지털 등 첨단 산업을 유치해 하나의 인프라를 깔고 거기에 대학을 인재 개발로 연결하는 지역 발전 전략을 지자체 단체장 중심으로 추구하고 있다. 지역이 하나의 혁신 능력을 갖추도록 강조한다.

▲이상호=사람에 기반한 지역 도시를 만들기 위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4차 산업은 입지보다 인재가 중요하다. 과거와 달리 인재들이 있는 곳에 기업들이 간다. 지방에서는 과거에도 테크노밸리 등을 시도했지만 효과를 보지 못했다. 판교와 같은 산업단지가 없는 이유는 그 안에서 혁신과 창의성이 발현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방 대학에 대한 개선안이 있다면?

▲이병훈=한전 공대나 포스텍처럼 특성화해서 경쟁력을 갖출 필요가 있다. 나주 같은 경우 전력·에너지, 부산·울산·경남은 첨단 스마트 팩토리와 같은 분야를 연결시켜 해당 지역산업에 연계해 특성 인재가 교육되고 또 흡수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지방의 인재 양성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이상호=지역 대학들도 IT나 신산업 관련해 교육과정을 바꾸고 또 지역 기업과 같이 연구 개발도 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런 노력이 더 촉발되도록 지원해야 한다. 해외에서는 창업 교육 커리큘럼 자체를 학생들이 스스로 만들게 하거나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커뮤니티 컬리지로 거듭나는 등 다양한 대학 혁신 모델이 있다.
그런 기회를 주자는 뜻이다.

▲박승규=기업과 대학의 연계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이 지역에 입주하면서 인센티브를 받을 뿐 아니라 사회적 공헌을 위해 지역 인재를 채용하도록 하고 지역에서는 그 기업에 맞는 특화 교육을 하는 것이다.

yesyj@fnnews.com 노유정 이진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