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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영, 규제 장벽 낮지만… 금융사 사고땐 존폐 기로까지 몰려 [금융사 구멍난 내부통제]

(3) 해외 금융사 통제 시스템은
금융위기 이후 내부통제 대폭 강화
대규모 과징금에 임원 경질 가능
한국은 금전적 처벌 규정 없어
개인 제재 그쳐… 자발적 통제 미미

미·영, 규제 장벽 낮지만… 금융사 사고땐 존폐 기로까지 몰려 [금융사 구멍난 내부통제]
"제2의 우리은행 횡령 사건이 오늘 당장 나온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의 내부통제 시스템과 관련한 전문가들의 종합적 의견이다.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한 내부통제 규정은 네거티브 규제다. 업무 영역에 대한 규제 장벽은 낮춰주되 인적·물적 책임은 금융사 존폐를 가를 정도로 강하게 지는 방식이다.

우리나라 금융사들은 해외에 비해 내부통제 내용과 기준 자체도 모호하고 지키지 않았을 때 징벌도 금전적 징벌이 아닌 인적 징벌에 치우쳐 있다.

금융권 전문가들은 금융사들을 움직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을 금전적 징벌로 꼽으면서 현행법에 이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진국, 사고 나면 기관 존폐 기로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국 내부통제 제도 발전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받는 미국의 '내부통제 통합 프레임워크(COSO 프레임워크)'와 '사베인스-옥슬리법(SOX법)' 등이 요구하는 내부통제 제도 역시 처음엔 추상적인 수준이었다.

그러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발생으로 미국과 영국에서 내부통제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금융기관의 취약성에 대한 금융당국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금융회사 내 컴플라이언스 부서에 더 강력한 독립성과 지위를 부여해야 할 필요성이 증대됐다.

미국은 지난 2010년 도드-프랭크법(Dodd-Frank 법) 도입을 계기로 컴플라이언스 부서의 책임과 권한을 확대했다. 최고융합책임자(CCO)에게 컴플라이언스 보고서 책임을 맡겼고 부정확할 경우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게 했다. 컴플라이언스 부서의 역할은 이해상충 문제 제기, 고위경영진 지원 등 자문역을 넘어 감독자 수준으로까지 확대됐다.

영국에서도 금융위기 전후 내부통제 제도에 대한 보완이 있었다. 특히 지난 2013년 은행기준위원회(PCBS)가 최고경영자 및 임원에 대한 새로운 규제틀로 'SMR'을 제시, 책임 소재를 명확히 했다. 또 금융서비스시장법(FSMA)은 금융회사 고위경영진의 내부통제 책임을 지난 2016년 '법적 의무' 부과로 명문화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해외의 경우 일단 과징금도 크지만 과징금을 받으면 주주들이 임원을 경질할 수 있다. 고위경영진 스스로 거취를 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韓, 법에 금전적 처벌규정 없어

해외와 우리나라의 차이는 내부통제가 시스템으로 작동하느냐에 있다. 내부통제 조직, 이를 지키기 위한 시스템, 내부통제 지원을 위한 전산화 등 IT 관련 비용 등 우리 금융사들은 내부통제를 통크게 지원하진 않는다. 자본시장연구원 이효섭 실장은 "해외는 시스템으로 내부통제가 돌아간다. 사고가 발생하면 금융사는 존폐의 기로에 서지만, 시스템을 얼마나 갖췄느냐도 감형 요소가 된다. 해외 금융사들은 대규모 과징금을 맞지 않으려면 내부통제가 필수라는 뜻"이라면서 "이와 반대로 우리나라는 개인을 향한 인적 징벌에 처벌이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우리 법은 과징금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금융회사가 내부통제의무를 위반하면 최고 1억원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는 규정만 있을 뿐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우리은행 횡령 사건이 발생할 수 있었던 이면에는 수백억원이 크지 않다는 금융사 인식이 깔려 있었을 것"이라며 "금전적 제재로 가야 금융사들이 자발적으로 내부통제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모호한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를 지배구조법에 구체적으로 명시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업 법제 전반의 제재 방식을 인적 제재에서 금전 제재 중심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psy@fnnews.com 박소연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