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이주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대책위는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여성 노동자에 대한 차별 구조 개선을 촉구했다 /사진=박지연 기자
[파이낸셜뉴스] 이주여성의 한국 생활 정착을 돕는 상담 시설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지만 시설 내에서 근무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에 대한 처우는 악화됐단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들은 "저임금 구조를 개선하고 괴롭힘 및 인권침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일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지난해 다문화가정 구성원 등이 다누리콜센터를 이용한 건수는 19만8092건으로, 전년 대비(17만8452건) 9.1% 증가했다. 2019년(15만5641건)에 비해서는 27.3% 급증했다. 다누리콜센터는 결혼이민자 출신 상담원들이 한국어를 포함한 베트남어, 중국어 등 13개국 언어로 이주여성 등에게 한국 생활 상담·폭력 피해 긴급 지원 서비스를 제공한다.
다문화가정 대상 상담 서비스의 이용 건수는 늘고 있지만 상담 과정에서 통역 업무 등을 담당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는 차별과 저임금 구조를 겪고 있다.
공공기관 이주여성 노동자 처우개선 대책위원회(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인수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공부문 이주여성 노동자에 대한 채용, 처우 등 노동조건 개선을 촉구했다.
위원회는 2020년 11월 여성가족부 산하 가족센터에서 근무하는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임금 차별에 대한 개선을 인권위에 진정했다. 단체에 따르면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가족센터 내에서 통번역 서비스 사업 등을 맡는다.
최근 인권위는 "내국인이 수행하고 있는 기본사업과 이주여성들이 수행하고 있는 다문화특성화사업의 취지 및 수행 내용이 동일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위원회는 "'기본사업' 종사자와 '다문화특성화사업' 종사자 간 발생하는 구조적 차별은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가"라며 "같은 직장에서 같은 목적을 갖고 일을 해도 업무 내용 차이만으로 다른 집단으로 판단한 것은 한국 사회가 차별을 매우 협소한 기준으로 이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가족센터에서 근무 중인 이주여성 노동자 A씨는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직장에서 기존 직원들과 함께 일하고 있지만 노동의 보상측인 면에서는 그 경력을 인정받지 못하는 차별을 겪고 있다"며 "세금을 내는 등 모든 의무에 충실히 하고 있지만, 이주여성이란 이유로 직장에서 차별당해야 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최근 공공운수노조가 가족센터 내 이주여성 노동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86.4%(102명)가 "같은 직장에서 근무하는 기존 직원들과 비교했을 때 차별이 있다"고 답했다.
또 상당수 이주여성 노동자들은 부당한 지시(26.1%), 출신국 비하(20.9%) 등의 인권 침해를 경험한 것으로 드러났다.
위원회 측은 △수당 차별 철폐 △호봉제 도입 등 차별적 임금체계 개선 △인권침해 방지대책 마련 △공공부문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실태 파악 △전반적 노동조건에 대한 정책 검토 및 개선 등을 촉구했다.
nodelay@fnnews.com 박지연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