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모임(정교모) 회원들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효력 정지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대폭 줄이고 수사와 기소권을 분리하는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공포됐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더불어민주당과 정부는 "무소불위 검찰권력은 견제 받아야 한다"며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출범 등 후속조치를 서두르고 있다. 검찰 수사권을 이양받는 경찰 역시 "수사권을 검찰과 경찰이 나눠갖는 게 맞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반면 검찰을 비롯한 법조계는 헌법소원으로 공이 넘어가며 재논의 불을 붙였다.
■"'검수완박' 해도 나라 안 뒤집혀"
'검수완박' 법안 시행을 앞두고 경찰은 앞으로의 역할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은애 경찰청 수사구조개혁팀장은 4일 기자들과 만나 "'검수완박'에서 (수사권) '박탈'이라는 표현이 맞지 않다"며 "이는 오히려 사법적 통제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입법 취지"라고 밝혔다.
검찰이 주장하는 법안 위헌성에 대해서도 "위헌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잘라 말했다. 이 팀장은 "헌법에서는 수사 주체와 절차에 대해서는 규정하고 있지 않다"며 "영장주의의 본질은 검찰의 신청이 아닌 법관의 판단으로 영장 청구권이 검찰의 수사권 독점을 보장하는 조항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검찰이 '검수완박' 이후 부실 수사나 경찰 수사권 남용 우려를 제기하는 것에 대해서는 불쾌감을 은연 중에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수사권 남용 관련 "국내 수사 100% 중 99.4%가 통제 받아왔다"고 전제한 뒤 "(오히려) 검찰이 하는 0.6%에 대해 통제가 없었다. '검수완박'이라는 표현보다는 통제 받는 수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사건 처리 기일이 늘어났다는 비판은 수용하면서 향후 수사 인력 확대와 인프라 확충으로 보완하겠다고 답했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검찰개혁안 때문에 나라가 뒤집히겠나"며 '검수완박' 논란을 일축했다. 김 총리는 전날 세종시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에게 유흥주점에서 술 접대를 받은 검사 등 여러 사례를 짚으며 "검찰이 누려왔던 무소불위 권력은 견제 받아야 한다"며 법안의 당위성을 재차 피력했다.
그는 '검수완박'으로 경찰 권한이 비대해지면 또 보완하면 된다며 "경찰에 (모든 권한을) 다 주나. 제가 경찰을 지휘하는 장관을 해봤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졸속 입법, 즉각 재논의해야"
법조계에서는 비판 여론이 여전히 거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는 청문회 준비 과정에서 "'검수완박'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
국제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양향자 의원실이 확보한 청문회 답변 자료에서 한 후보자는 '제도적 허점' '중대범죄 대응 역량 저하' '사건 암장' 등의 표현으로 '검수완박' 법안을 맹비판했다. 한 후보자는 "중수청을 설립해 검찰의 수사 기능을 박탈하는 것은 사실상 검찰청을 폐지하는 법률"이라고 주장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법안 공포 하루 만에 재논의를 들고 나왔다. 변협은 이날 논평에서 "형사사법 체계의 근본적 변화를 야기하는 개정안이 수사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도 마련하지 않은 채 졸속으로 입법화 됐다"며 "충분한 의견수렴 과정을 거쳐 (법안이) 재논의 되기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보수 성향 단체들의 헌법소원도 줄을 잇고 있다.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는 법안 국무회의 의결 직후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 심판을 냈고,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과 '헌법을 생각하는 변호사모임'도 헌법소원을 예고했다.
신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신전대협)는 전국 113개 대학교 캠퍼스에 "검찰 공화국 걱정하더니 경찰 공안국가로의 회귀가 대안이냐"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임광복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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