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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3월 퇴사자 사상 최고…역대급 구인난, 인플레 기폭제 우려

퇴사 450만명…한달새 15만명↑
구인규모 1155만명 불균형 심화
재계 이민 확대로 인력난 해소 요구

미국의 노동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3월 퇴사자 수가 450만명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기업들의 구인 규모 역시 역대 최대에 이르렀다.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따라잡지 못하는 낮은 임금 인상률 속에 미 노동 공급위축이 심화하고 있다.

미 노동부가 3일(이하 현지시간) 공개한 '구인·이직률 설문조사(JOLTS)'에 따르면 3월 퇴사자 수가 454만명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이른바 '대 퇴사' 흐름이 지속하는 가운데 한 달 전보다 15만2000명 늘었다.

구인 규모 역시 2000년 12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3월 1155만명에 이르렀다.

팬데믹 이후 위축된 노동 공급이 좀체 되살아나지 않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그만큼 기업들의 구인난이 악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구인구직 사이트 글래스도어의 대니얼 자오 이코노미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에 "비록 지난 수개월간 구인 규모가 고점에서 더 증가하지는 않고 있지만 이번에 공개된 신기록들은 노동 수요가 여전히 심각하게 달궈진 상태에 있음을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미 노동자들이 일하기를 꺼려하는 것은 주로 보건·육아 문제때문이다.

감염력 높은 오미크론변이가 확산하는 등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대한 불안이 높고, 아이 돌봄 서비스가 원활하지 않다는 점도 선뜻 노동자들이 취업전선에 나설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3월 실업자 1인당 취업 가능한 일자리 수는 1.9개로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1.2개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구인난이 가장 심각한 분야는 소매업이었다. 3월에만 채우지 못한 일자리가 15만5000개였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심각한 구인난의 최대 수혜자는 비숙련 저임금 노동자들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직이 쉽기 때문에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임금을 높이고 있다. 재계는 부족한 노동 공급을 메우기 위한 이민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취업사이트 인디드의 닉 벙커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침체가 임박했다는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용주들은 아직도 사상최고 수준의 고용확대에 나서고 있고, 기존 직원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절박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벙커는 "노동시장은 여전히 강력한 구직자 시장"이라면서 "단기간에 상황을 바꾸려면 뭔가 극적인 일이 벌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구인난 속에 구직자가 결정력을 갖는 구직자 시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상황을 바꾸려면 노동 공급을 대폭 확대할 수 있는 조처가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심각한 구인난은 에너지·식료품 가격 급등과 함께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40년만에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주범 가운데 하나다.

기업들이 직원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임금을 높이고, 이로 이한 비용 증가로 제품 가격 인상에 나서는 이른바 2차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

멕시코음식 외식체인 시폴레, 커피전문점 스타벅스 등이 노동비용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