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할 미국 측 축하사절로 '세컨드 젠틀맨' 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오른쪽)의 남편 더글러스 엠호프가 유력시 된다. 사진은 해리스 부통령과 엠호프. 사진=뉴시스
'퍼스트 레이디'는 보통 국가원수나 내각제 정부수반의 부인을 가리킨다. 반면 여성 국가수반의 남편은 '퍼스트 젠틀맨'으로 불린다. 미국처럼 부통령제를 채택하는 나라에서는 '세컨드 레이디'나 '세컨드 젠틀맨'도 있기 마련이다.
오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축하사절로 카멀러 해리스 미국 부통령의 남편인 더글러스 엠호프가 참석하는 방안을 한미가 협의 중이다. 최종 결론이 나면 그는 가장 주목받는 외빈 중 한 명이 될 공산이 크다. 미국 역사상 첫 세컨드 젠틀맨이어서다. 미·중 패권다툼 와중에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측근인 왕치산 국가부주석과 함께 그에게도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질 게 분명하다.
취임식 열흘 후인 20일부터 22일까지 조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이 예정돼 있다. 백악관이 마티 월시 노동부 장관과 함께 세컨드 젠틀맨을 축하사절로 낙점한 배경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취임식 땐 톰 도닐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명박 전 대통령 땐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이, 노무현 전 대통령 땐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 참석했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식엔 외빈을 초청하지 않았다.
국가지도자 배우자들을 외교 의전에 활용하는 건 서구권에선 흔하다. 퍼스트 젠틀맨으로 가장 오랫동안 활동한 인사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 공이었다. 65년간 637번 해외순방에 나섰다. 반면 앙겔라 메르켈 전 독일 총리의 남편 요아힘 자우어는 퍼스트 젠틀맨 역을 한사코 고사했다. 그는 메르켈의 16년 재임 중 한 번도 총리 전용기를 타지 않고 '그림자 외조'에 만족했다.
유대계로 대형 로펌 임원이던 엠호프는 "세컨드 젠틀맨 활동과 로펌이 이해충돌 소지가 있다"며 사임 후 조지타운대 로스쿨로 자리를 옮겼다. 2019년 민주당 후보 경선 현장에서 해리스가 위험에 처하자 몸을 날려 그를 지켰다. 미국 조야의 호사가들은 해리스가 대권 꿈을 꾸고 있어 그가 '퍼스트 젠틀맨'으로 승진(?)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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