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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장애인 학대' 수사 잘못돼도 구제 받을 길 사라진다 [법조 인사이트]

형소법 '고발인 이의신청 제외'
아동장애인 직접 고소 어려워
대부분 고발인이 결정적 역할

'아동·장애인 학대' 수사 잘못돼도 구제 받을 길 사라진다 [법조 인사이트]
대검 떠나는 김오수 검찰총장. 김오수 검찰총장이 지난 6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로비에서 직원들을 향해 퇴임인사를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김오수 검찰총장의 사표를 수리, 박성진 대검 차장과 전국 고검장 등의 사표에 대해선 "검찰사무 공백으로 인한 국민 피해 우려"를 이유로 들어 "사의를 반려한다"고 밝혔다. 뉴스1
'검수완박' 법안이 국회를 거쳐 국무회의 의결로 마무리된 가운데, 아동학대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수완박 입법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법조계 및 시민단체는 독소조항으로 꼽히는 고발인의 이의신청권 배제를 포함해 이번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면 아동학대 사건에 대한 수사가 난항을 겪을 것이라고 비판해왔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여타 범죄와 달리 부모, 양부모 등이 가해자인 경우 훈육과 학대의 구분이 까다로워 조사와 입증이 어렵다.

개정안에 따르면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고발인이 고발했는데, 사건이 잘못돼도 경찰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게 된다.

검찰의 항고나 법원의 재정신청도 불가능하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지만 경찰이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아동이나 장애인처럼 스스로 고소하기 어려운 이들이 경찰의 수사가 잘못돼도 권리를 구제 받을 길이 사라지는 것이다.

■조사·입증 까다로운 아동학대 사건

8일 보건복지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0년 아동학대 신고접수는 총 4만2251건으로 전년 대비 약 2.1% 증가했다. 이 중 아동학대 의심사례는 3만8929건으로 2016년 2만5878건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학대행위자에 대해 법적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1만1209건에 그쳤다.

2020년 기준 아동학대 행위자 중 2만5380건(82.1%)가 친부모와 계부모, 양부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8일 16개월 아동인 정인이를 학대·살해한 혐의로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5년을 확정받은 양모 사건의 경우, 당초 경찰은 정인이 계모를 '아동학대 치사죄'를 적용해 검찰에 넘겼다. 그러나 검찰은 휴대전화 디지털 포렌식, 복부 손상 감정 등 추가수사를 통해 살인죄를 적용했다.

대검은 "구속 기간 10일 내에 추가 수사 없이 경찰이 보낸 기록만으로 판단을 해야한다"면서 "전문가 감정, 대검 통합심리분석 등 추가 수사를 할 수 없고 추가적인 범행도 추가 인지할 수 없어 아이들의 억울한 죽음을 밝힐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발인 이의신청 배제에 아동 피해

이번 형사소송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 중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의신청 대상에서 고발인을 제외하는 조항은 독소조항으로 꼽힌다. 아동학대·장애인학대 등 공익관련 범죄 대부분 고발인이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형소법 개정안 본회의(5월3일)에 앞서 배진교 전 정의당 원내대표는 "장애인, 아동 대상 범죄 등 사회적 약자들과 공익 고발, 신고의무자의 고발 등에 있어 시민들의 현저한 피해가 예상 된다"고 말했다.

현행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르면 고소권자는 아동학대 피해아동,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법정대리인, 아동학대 피해아동의 친족으로 규정하고 있다.


2020년 아동학대 신고자 유형 중 고소권자를 제외한 신고자는 3만8929건 중 26006건(67.3%)이다. 아동학대 사건의 경우 아동학대처벌법 제24조에 따라 경찰이 전건을 법정 송치하게 돼있지만, 개정안에 따르면 고발인은 경찰의 처분에 이의신청을 할 수 없다.

김예원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는 검수완박 법안에 대해 "아동학대, 장애인학대, 공익관련범죄 대부분 고발인의 역할이 결정적임에도, 고발인만 있는 사건은 경찰이 끝내면 어떤 방법으로든 사건을 다시 살릴 수 없다"고 비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