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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구순의 느린 걸음] 가상자산 시장에 경쟁 바람 불어야

[이구순의 느린 걸음] 가상자산 시장에 경쟁 바람 불어야
주식시장이 열리자마자 문자메시지가 왔다. 글로벌 경기 변동에 따라 주식시장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으니, 투자와 관리에 주의하라는 증권사 안내다. 나스닥, S&P500, 코스피 등 글로벌 주식시장이 온통 빨간불이다. 그럴 때마다 으레 받게 되는 안내다.

가상자산 차트도 온통 빨간불이다. 세계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1조4411억달러(약 1836조원)로 올해 1월 2조2183억달러 대비 35%가 줄었다. 대장주 비트코인은 10개월여 만에 3만달러를 위협받고 있다. 사실 가상자산 시장의 변동성은 주식시장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장이 좋을 때야 그 큰 변동성이 짜릿하고 달콤하기 그지없지만 요즘 같은 하락장에서는 불안하다. 뻔한 말이라도 위로 겸 정보 겸 주워듣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그런데 가상자산 거래소는 그 흔한 문자메시지 하나 없다. 주식시장에 넘쳐나는 단기 시장전망조차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텔레그램이나 트위터를 찾아 들어가야 얻는다.

지난해 정부가 가상자산사업자 신고제를 도입하면서 국내 가상자산 거래시장은 '빅4'로 불리는 4개 거래소로 정리됐다. 그나마도 1등 거래소가 시장의 90%를 차지하는 사실상의 독점구조다. 최근 다섯번째 거래소가 원화거래 시장에 진입했지만 아직 경쟁이라고 부를 만한 구도는 자리잡지 못했다. 시장의 높은 진입장벽은 장벽을 통과한 기업에는 철옹성 같은 보호장벽이다. 경쟁이 없으면 결국 피해는 소비자 몫이다. 앉아 있기만 해도 고객이 찾아오는데 굳이 새 서비스를 만드느라 골머리를 썩일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가상자산 거래소 시장이 딱 그 모양새다.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거래수수료는 증권보다 10배 이상 비싸기도 하다. 그런데도 거래시스템은 불친절하기 짝이 없다. 요즘 들어 오프라인 고객센터가 생기고 있지만, 여전히 실수로 코인이 사라져 당황스러울 때 질문할 곳조차 찾기 어렵다.

가상자산 거래소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닐 테다. 탈중앙화를 주창하는 가상자산 시장은 중개인이 없는 게 원칙이다. 거래소가 직접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갖고 있지 않으니 안내메시지를 보낼 수도 없다. 시스템은 글로벌 거래소들도 비슷한 수준이다.

그런데 한번 더 생각하면 변명이지 싶다. 어차피 국내에서 흔히 보는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중앙화 거래소이니 중개자인 셈이다. 중개자들이 치열한 경쟁에 몰리면 불가능하다던 시스템 개선이 이뤄진다. 불친절하던 시스템이 순간 친절해지고, 수수료도 착해진다.


가상자산 산업을 육성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겠다고 공약했던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춰 경쟁을 활성화하는 정책을 기대한다. 시장의 치열한 경쟁은 정부가 직접 손대지 않고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첫 단추다.

cafe9@fnnews.com 이구순 정보미디어부 블록체인팀 부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