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잔디마당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10일 취임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유난히 자유를 강조했다. 16분 길이, 총 3303자 취임사에 '자유'라는 단어가 35번 나온다. 윤 대통령은 "우리는 자유의 가치를 제대로 그리고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자유의 가치를 재발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정치적 권리, 자유로운 시장이 숨 쉬고 있던 곳은 언제나 번영과 풍요가 꽃피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의 '자유' 인식에 공감한다. 자유는 시장경제의 알파요 오메가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은 명저 '선택할 자유'에서 "평등을 자유보다 앞세우는 사회는 결국 평등도 자유도 달성하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자유를 제일로 하는 사회는 더 큰 자유와 더 큰 평등을 둘 다 달성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책으로 '선택할 자유'를 꼽았다. 또 대런 애스모글루 교수(MIT대)와 제임스 로빈스 교수(하버드대)는 공저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자유와 사유재산권, 혁신, 인센티브를 장려하는 포용적 경제제도를 가진 나라가 번영한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은 국정목표 중 하나로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제시했다. 경제 중심을 정부에서 기업으로 전환, 민간의 창의와 역동성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그 출발점 역시 자유다.
그렇다고 윤 대통령이 오로지 자유 만능, 시장 만능을 부르짖은 것은 아니다. 그는 "자유는 결코 승자독식이 아니다"라며 "자유 시민이 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준의 경제적 기초 그리고 공정한 교육과 문화의 접근 기회가 보장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한 규칙을 지켜야 하고, 연대와 박애의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자유를 기초로 하되 동시에 공동체 정신을 발휘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하다. 새 정부는 '따뜻한 동행,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사회적 약자를 따듯하게 보듬는 것은 선진국가의 책무다. 자유의 기반이 훼손되지 않는 한 복지 확대는 우리가 가야 할 길이다.
다만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통합'을 언급하지 않는 점은 아쉽다. 윤 대통령은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를 비판했다. 과반 의석수를 앞세워 입법권을 남용하는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한 발언으로 들린다. 전임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사에서 "이날은 진정한 국민통합이 시작된 날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으나 실제론 5년 내내 분열을 자극했다. 늘 편을 갈라 자기 편만 챙겼다. 윤 대통령은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인수위 과정에서 보듯 윤 대통령이 처한 정치적 환경은 최악이다.
마음만 먹으면 민주당은 차기 총선(2024년 4월)까지 2년 내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그럴수록 통합의 정치를 펼치려는 대통령의 의지가 중요하다. 여소야대 국면에서 민주당 탓만 해선 협치를 구현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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