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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탁현민, 北 현송월에 "열병식은 밤에 하라고 내가 얘기했다"

북에 "밤행사가 낮행사 보다 감동이 배가된다” 설명
법조계, '일반 이적죄'와 '국가보안법' 성립여지 크다

[파이낸셜뉴스]
 탁현민, 北 현송월에 "열병식은 밤에 하라고 내가 얘기했다"
남측 윤상 음악감독(왼쪽부터),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 북측 현송월 삼지연관현악단장이 2018년 4월 3일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남북합동공연 리허설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지난 2020년 이후 북한이 심야 열병식을 계속하는 이유의 단초가 밝혀졌다.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은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 이후 4차례 연속 심야 열병식을 치르고 있는 것에 대해 자신의 아이디어라고 말했다고 알려졌다.

탁 전 비서관과 현 단장은 2018년 4월 평양 류경정주영체육관에서 열린 남북합동공연을 함께 준비했었다.

탁 전 비서관은 지난 10일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북한의 야간 열병식과 관련해 “2018년 현송월 (당시 삼지연관현악단) 단장과 연출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현 단장은 연출 전문가는 아니었지만 결정권한이 있었다. 마지막에 만났을 때 열병식은 밤에 하라고 내가 얘기했다”고 말했다.

야간 열병식을 제안한 이유에 대해 탁 전 비서관은 극적효과와 감동을 높이기 위해서라며 “밤에 해야 조명을 쓸 수 있고, 그래야 극적 효과가 연출된다”며 “보여주고 싶은 것만 밝게 보여주고,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은 어둡게 만들어버리면 된다"며 방법도 제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밤행사가 낮행사 보다 감동이 배가된다”고 설명했다.

 탁현민, 北 현송월에 "열병식은 밤에 하라고 내가 얘기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25일 북한 평양의 김일성 광장에서 열린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경축 열병식에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캡처
탁 비서관은 이후 북한은 계속 밤에 열병식을 하고 있다며 “북한의 연출이 조금씩 세련되어져 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최근 화제가 된 김정은의 뮤직비디오 스타일 군사 영상에 대해서도 자신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김정은의 지도 아래 지난 3월 24일 평양 순안비행장에서 발사한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7형' 시험발사가 성공했다면서 관련 영상을 조선중앙TV가 다음 날인 3월 25일 공개했다.

이에 대해 탁 전 비서관은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신형 ICBM ‘화성-17형’의 시험발사 성공 영상을 보면서 좀 웃기기도 한다”며 “김정은 뮤직비디오처럼 연출했다. 거기에 내가 영향을 좀 주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탁현민, 北 현송월에 "열병식은 밤에 하라고 내가 얘기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3일 과거 항일 유격대였던 조선인민혁명군 창건 90주년 경축 열병식 반향을 연이어 전하며 내부 결속에 나서고 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형법 제99조엔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되어있다.

또 국가보안법 제5조엔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를 지원할 목적으로 자진하여 제4조 제1항 각호에 규정된 행위를 한 자는 처벌한다'고 규정돼 있다.

법조계에선 '(야간 열병식은 한·미 정보당국이) 무기 내역을 확인하기 어렵게 하는 효과도 있기 때문에 형법 99조가 정한 일반 이적죄와 국가보안법 5조에 정한 자진지원죄의 성립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